
2024년 3월 26일,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가 워싱턴DC에 위치한 미국 연방대법원 인근에서 임신중지권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새로운 조사 브리핑을 통해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충분히 정당화되지 않거나 불분명한 이유로 임신중지 관련 콘텐츠를 제거해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제한하고 건강과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는 새로 발표된 조사 브리핑 <신체 자기결정권을 가로막는 것들: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이후 온라인 공간에서의 임신중지 정보 검열>에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콘텐츠 삭제 사유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고 임신중지 관련 콘텐츠를 제거하고 있어 국제인권기준을 존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브리핑은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임신중지를 받는 방법 등 임신중지 접근성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고 있는 상황을 알린다.
제인 에클룬드Jane Eklund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테크 및 재생산권 선임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빅테크 기업이 임신중지 정보를 제거하는 것은 정보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을 강화하고 임신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재생산 보건의료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들이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조사 브리핑은 젊은 층이 뉴스와 정보를 주로 소셜 미디어에서 접하기 때문에 온라인 임신중지 정보 검열로 특히 피해를 입는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뒤집힌 후 20개 이상의 주에서 임신중지 전반에 대한 접근에 제한을 가했고, 일부 주는 온라인에서 임신중지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조사 브리핑 발간 시점 기준, 이 중 실제로 통과된 법안은 없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번 조사를 통해 2022년 로 대 웨이드 판결 번복 이후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가 담긴 일부 콘텐츠가 주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삭제되거나, 일시적으로 숨겨지거나,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콘텐츠를 포함할 수 있는” 민감한 콘텐츠로 표시되었음을 밝혔다.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는 안전하며 미국 전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임신중지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공유된 정보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배한다거나, 실제로 그렇지 않았음에도 임신중지약을 거래한다는 혐의로 게시물이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빅테크 기업이 임신중지 정보를 제거하는 것은 정보 접근을 가로막는 장벽을 강화하고 임신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
– 제인 에클룬드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테크 및 재생산권 선임 연구원
일례로, 2023년 4월 27일, 인스타그램은 안전한 임신중지 및 피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단체인 IPAS가 세계보건기구의 임신중지약 관련 가이드라인을 공유하자 게시물을 삭제했다. 게시물에는 의약품 판매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음에도 인스타그램은 ‘불법 또는 규제 상품 판매’ 정책을 삭제 사유로 언급했다.
조사 브리핑에 따르면, 2022년 상당 주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하려는 조치가 빠르게 이뤄지던 상황 속, 임신중지가 합법이거나 제한된 곳에 대한 정보를 담은 비영리단체 플랜드패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의 게시물이 흐림 처리되고 ‘민감한 콘텐츠’로 표시되었다.
플랜CPlan C, 헤이 제인Hey Jane과 같이 원격의료를 통해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들도 유사하게 콘텐츠 삭제를 경험했으며, 설명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이 소셜 미디어 계정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경우도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24년에는 임신중지를 주 법률로 사실상 전면 금지한 텍사스 밖에서 임신중지 서비스에 접근하고자 하는 텍사스 주민에게 지원을 제공하는 텍사스 기반 임신중지 기금 릴리스 펀드Lilith Fund도 임신중지 정보를 담은 링크가 있는 게시물이 페이스북에서 차단당한 사례가 있었다.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와 접근 방법에 대해 사람들을 교육하는 비영리 단체인 메이데이 헬스Mayday Health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아무런 경고 없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에클룬드 선임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사람은 편파적이지 않고 의학적으로 정확한 임신중지 정보에 접근할 권리가 있다. 빅테크 기업은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으며 플랫폼에 게시된 임신중지 정보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틱톡과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가 공개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과 콘텐츠 조정 정책에는 임신중지 관련 콘텐츠가 어떻게 조정되는지 제대로 나와있지 않다. 틱톡은 다른 일반 유형의 임신중지를 포함하지 않은 “시술, 수술 또는 검사와 관련된 의학적 또는 과학적 맥락의 임신중지” 콘텐츠를 허용한다고만 언급했고, 메타는 커뮤니티 및 콘텐츠 조정 정책에서 임신중지에 대한 정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하고 편파적이지 않은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재생산 보건의료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빅테크 기업은 사용자들이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 제인 에클룬드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테크 및 재생산권 선임 연구원
국제앰네스티가 메타와 틱톡에 추가 정보를 요청하자, 메타는 건강권을 인정하고 사용자들에게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에 대해 교육하는 비광고성 콘텐츠를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약품에 대한 법적 접근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허용하지만 “의약품을 사고, 판매하고, 거래하고, 기부하고, 선물하거나 요청하려는 시도”는 금지한다고 답변했다.
틱톡은 자사의 정책이 재생산권과 임신중지 접근 정보 및 관련 콘텐츠 등의 주제를 금지하거나 억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못된 의료정보가 포함된 콘텐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질문과 기업들의 답변 전문은 조사 브리핑에 포함되어 있다.
에클룬드 선임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메타와 틱톡의 반응은 해당 플랫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일치하지 않는다. 모호한 답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들은 투명한 조치를 취해 사용자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임신중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가 삭제된 시민 사회 단체들에게는 적절한 설명을 제공해야 한다.”
메타와 틱톡은 임신중지 콘텐츠에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추천 시스템과 콘텐츠 조정 알고리즘의 사용에 대한 투명성을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콘텐츠 조정과 임신중지 관련 콘텐츠에 대한 잠재적 억압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피해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며 해결해야 한다.
지금, 메타와 틱톡에
안전한 임신중지 정보 검열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