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인터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사회에 남은 과제는? 국제앰네스티 캠페이너가 전하는 현장 이야기

2024년 12월 3일, 헌법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결정을 앞두고,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혼란스러웠던 지난 3개월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들에게 계엄 선포 이후 어떻게 대응했는지, 집회시위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와 관련해 한국 사회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Q.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벌써 석 달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그날 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분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민영 캠페이너: 12월 3일 밤, 야근을 하던 중 계엄령 선포 소식을 친구로부터 전해들었습니다. 처음엔 ‘찌라시’인 줄 알고 안 믿었는데, 속보를 보니 진짜여서 정말 놀랐습니다. 국회로 가야 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사실 조금 망설였습니다. 트위터와 텔레그램에는 탱크랑 헬기 사진이 올라오면서 군인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국회 앞으로 가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몰라서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걸 막지 못하면, 얼마나 큰 어둠의 시대를 견뎌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전 세대가 겪었던 군부독재를 내 세대에 겪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포고령에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그럼 활동은 어떻게 하지?’ 걱정도 되었습니다. 1980년 계엄이 있었을 때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해산하기도 해서, 직장을 잃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그래서 급하게 물과 비상식량을 챙기고, 함께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준 뒤 택시를 타고 국회로 향했습니다.

국회에 가보니 이미 친구들과 가족도 와있었고, 동료 캠페이너인 대선 님도 있었습니다. 동료 시민들과 함께 모여있으니 무서운 마음이 빠르게 사라지고,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캠페인본부 동료들과 급히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성명 작업을 하고, 군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했습니다.

민영 캠페이너의 반려묘 무섬이가 국제앰네스티 조끼 위에 앉아 있다.

가람 캠페인본부장: 처음에는 대국민담화 영상이 AI로 조작된 가짜뉴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상황임을 확인한 후에는 즉시 국제앰네스티 국제사무국과 긴급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국회 앞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중대한 인권 침해 상황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신속한 성명 발표가 제 역할로서는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앞에서 국회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동료들로부터 실시간 정보를 취합하고, 다양한 뉴스 속보와 비교 검토하고, 국제사무국에 상황을 공유하며 국제앰네스티의 기존 정책을 참고해 성명서를 작성하고 발표했습니다. 국제사무국도 신속하게 대응하여 글로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긴급성명 보러 가기

Q. 계엄 포고령에 나타난 인권 침해 요소가 대표적으로 무엇이 있는지, 또, 헌법상, 국제법상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대선 캠페이너: 저도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던 날 밤, 바로 국회로 향했는데요, 국회로 가고 있는 택시에서 ‘포고령 제1호’를 확인하는 순간 무시무시한 세 개의 단어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회·시위’, ‘금한다’, ‘처단한다’ 이 세단어를 보고 솔직하게 ‘지금 국회로 가면 즉각 처단 당하는 거 아니야?’, ‘택시를 지금이라도 돌릴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12·3 비상계엄 당시 대선 캠페이너가 마주한 계엄군

포고령을 보고 주춤하던 순간 자체가 인권 침해의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처벌이 두려워서, 신변의 위협을 느껴서 제 정치적 의사를 밝히거나, 결사 행위에 나서는 것을 망설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표현할 자유를 빼앗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피부로 느꼈던 순간이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과 대한민국이 가입하고 비준한 국제법,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자유권 규약),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의 기준에 따르면 언론의 자유, 개인의 표현, 집회시위, 결사의 자유는 언제나 누구에게라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명시 되어있습니다. 국가가 비상을 선포하더라도, 그건 절대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기본 권리입니다.

Q. 이후 시민들의 집회시위가 이어졌고, 이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집회시위 모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현장에서 집회시위 모니터링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연 캠페이너: 계엄선포 직후 어마어마한 인파가 여의도, 광화문에 모여 집회했습니다. 평일이고 주말이고 매일 열리던 집회 현장에는 정치 사회적 긴장감이 높았기 때문에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2월 4일부터 팀을 꾸려 집회 현장에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링에 착수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감시단이 집회 장소 인근 카페에서 모니터링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 2명씩 조를 꾸려 고프로와 핸드폰, 보조배터리 등을 챙기고,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인권 침해 감시단’이라고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집회 현장에 나갔습니다. 현장에서 폭력 발생 여부, 진압 과정, 물리력 동원 여부를 관찰했고, 집회 금지, 통행금지, 집회 해산 등등 과도한 집회 방해 조치가 있는지도 관찰했습니다.

가람 캠페인본부장: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국제앰네스티 집회 감시 프로그램(Protect the Protest Observers Programme)은 현장 관찰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및 정책 검토, 감시 데이터 분석, 인권 기준에 기반한 보고서 작성 등 포괄적인 접근법을 취합니다. 이번 대응에서도 광장과 주요 집회 장소(광화문, 한남동, 남태령 등)에서 감시 활동을 펼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기록하여 아카이빙하고, 국제법 및 국내법을 비교 분석하여 인권 침해를 평가하는 과정을 병행했습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집회에서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감시단이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Q. 국제앰네스티가 집회시위 모니터링 활동을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람 캠페인본부장: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시민들이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기 위해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며 광장에 속속 모이는 상황에서 국제앰네스티는 국제 인권 단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판단한 국제앰네스티의 핵심 역할은 집회와 시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를 감시하고 기록함으로써, 이를 예방하고 책임을 묻는 활동이었습니다. 이러한 판단하에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감시단을 조직하고, 과거의 감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상황에 적합한 감시 가이드라인을 수립하는 작업부터 착수했습니다.

또한, 이번 집회시위 모니터링 활동을 통해 인권 침해 기록뿐만 아니라, 인권 옹호자들과 연대하고,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감시단은 교차성(intersectionality), 반인종주의(anti-racism), 페미니즘이라는 기본 원칙을 따릅니다. 이에 따라 감시단이 단순히 ‘기록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며 적극적으로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했습니다.

Q. 모니터링 현장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나 순간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민영 캠페이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12월 21일 남태령 트랙터시위에 집회시위 감시로 함께 했던 일입니다. 남태령에서 경찰 차벽에 막혀 트랙터 행진이 저지되자 시민들이 밤새 그 현장을 같이 지키면서 농성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튿날 아침에 경찰의 집회시위권리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감시단을 급히 조직해서 현장으로 갔습니다. 남태령역에 도착하니, 전철역에서부터 사람이 너무 많아서 굉장히 천천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출구에는 핫팩, 라면, 김밥, 귤, 차, 생리대까지 다 차려져 있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시민분들이 농성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며 십시일반 물품들을 보내주신 것이었는데, 인권을 위한 연대의 힘을 ‘팍팍’ 느낄 수 있었습니다.

28시간 동안의 대치 끝에 서울경찰청은 행진 대오를 막고 있던 차벽을 철수하고, 행진 대오가 마침내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차벽이 치워지는 모습, 트랙터들과 시민들이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이 많이 났습니다. 평소 마음속으로 늘 새기는 말이 있어요. “Activism works.” 2019년에 그레타 툰베리가 국제앰네스티 양심 대사상을 수상하면서 한 말인데, 그 말이 맞다는 걸 눈앞에서 직접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행동하면 변화한다”는 이 말을 직접 증명해 준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4년 12월 21일 전봉준투쟁단 소속 시위 참가자가 남태령 트랙터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2024년 12월 21일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감시단이 남태령 트랙터시위에서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Q. 독자 중 집회시위 참여자의 권리가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위에 참여할 때 알아두면 좋을 집회시위 참여자의 권리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선 캠페이너: 저희도 집회 모니터링을 하며 시위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진입 통제를 받는다든지, 단체 로고가 찍힌 조끼를 벗으라는 요구를 받는다든지 하는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집회를 금지하거나 집회 현장 주변의 통행을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인권 침해입니다.

2024년 12월 21일 남태령 트랙터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는 다양합니다. 차벽을 사용해 집회를 보이거나 들리지 않게 차단하는 것, 집회를 해산하는 것, 참가자나 주최자를 처벌하는 것 등 이번 집회 현장에서도 다양한 유형의 인권 침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즉각 항의하는 것도 중요하고 함께 문제를 제기할 동료나 단체를 찾아 목소리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가 바라보는 한국의 집회시위 자유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개선의 여지가 있다면 어떻게 개선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지연 캠페이너: 대한민국의 헌법과 국제법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집회를 규율하는 국내법 및 관행은 국제인권법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3~2016년, 한국 경찰은 집회를 애초에 제한하거나, 금지하거나, 차벽이나 물대포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평화적 집회권 행사를 억제했습니다. 많은 시민사회에서 집회 금지 통고, 과도하고 불필요한 물리력 사용, 차벽 사용, 평화적 집회 해산이나 참가자 및 주최자 처벌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최근 2023년에는 집회시위 금지시간을 설정하고 집회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도로 점거를 규제하고 단속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살수차나 최루액, 삼단봉뿐만 아니라 경찰면책 조항에 대한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의 집회 대응에 대한 전반적 접근법이 집회 억제가 아니라 촉진의 개념에 바탕을 두고, 법 집행 중 물리력 행사 시 합법성, 필요성, 비례성을 기본 원칙으로 확립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부터 2월까지 이어진 국제앰네스티 집회시위 감시단의 모니터링 현장 사진.

Q.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 자유 관련하여 앞으로의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활동 계획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가람 캠페인본부장: 2024년부터 준비한 집회시위의 자유 관련 보고서가 2025년 중반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와 동시에, 국제앰네스티는 집회 감시 프로그램(Protect the Protest Observers Programme)을 2025년 2월 공식 론칭하며, 상세한 핸드북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핸드북은 법적 기준을 반영한 집회 감시 프로토콜, 집회시위 감시단의 역할과 책임, 데이터 수집 및 보호 원칙 등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감시 활동에 핵심적인 참조 문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를 반영해 집회시위 감시단 운영도 한층 체계화할 계획에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가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집회시위 모니터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5년 표현의 자유 및 집회시위 자유 옹호 캠페인을 적극 전개할 예정입니다. 특히, 2024년 국제앰네스티 편지쓰기 캠페인에서 한국 사례자로 선정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의 사례를 집중 조명할 계획입니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 집회를 반복적으로 탄압한 사례는 지속적이고 구조적인 집회시위 자유 침해의 대표적 사례로서, 이를 국제사회에 공식 제기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칠 예정입니다.

국제앰네스티의 집회 감시 프로그램은 기록을 넘어 법적 대응,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도구입니다. 국제앰네스티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향후 보다 체계적인 감시 및 정책 대응을 지속해 나가려 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지지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리: 백민하(디지털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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