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저건 뜻? 전기 충격 기기에 대한 여섯 가지 사실

영화를 보다보면 총처럼 생겼지만 방아쇠를 당기면 탄환이 아니라 전기 충격이 가해지는 장비가 종종 나온다.
이 ‘전기 총’의 정체는 바로 테이저건이다. 테이저건을 비롯한 전기 충격 장비에 대한 여섯 가지 사실을 소개한다.

프랑스의 한 헌병이 2016년 12월 23일 프랑스 중부 투르(Tours)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순찰하며 테이저를 들고 있다.

1. 테이저건의 이름은 소설 제목에서 유래했다

테이저(TASER)는 ‘Tom A. Swift Electric Rifle’의 약어로, NASA 과학자 잭 커버(Jack Cover)가 1970년대 개발한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의 브랜드 명이다. 테이저의 이름은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잭 커버는 소설 속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전기 총에서 착안하여 테이저를 만들었다.

테이저와 같은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는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으로 법 집행 기관에서 도입되기 시작되었으며, 가까이에서든 원거리에서든 거리에 상관없이 사용될 수 있다. 현재 테이저는 미국 액손 엔터프라이즈 사(Axon Enterprise, Inc.)에서 제조하고 있고 전 세계 경찰에서 흔히 사용된다.

2. 초기의 전기 충격 장비는 전화기 형태였다

테이저 발명 이전에도 전기 충격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고문 및 기타 잔혹하고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또는 처벌(비인도적 대우)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다.

초기의 대표적인 전기 충격 장비는 휴대용 야전 전화기 형태였다. 1930년대, 프랑스 군대는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서, 일본제국 헌병대는 일제 식민지 전역에서 손으로 돌리는 방식의 야전 전화기를 고문 도구로 활용했다.

오늘날 전 세계 법 집행 기관에서 사용되는 전기 충격 장비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여기에는 직접 접촉형 전기 충격 장치(전기충격기, 전기충격봉, 방패, 착용형 전기 충격 장비 등)와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Projectile Electric Shock Weapons, PESWs)가 포함된다.

다양한 종류의 중국산 전기충격봉이 보안 장비 무역 박람회에 전시되어 있다. 전기충격봉은 대표적인 접촉형 전기 충격 장치이다.

액손의 최신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 모델인 테이저 10.

3. 전기 충격 장비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전기 충격 장비는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전기 충격 장비는 건강에 치명적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직접 접촉형 전기 충격 무기들은 화상, 마비, 유산, 비뇨기 장애, 탈진 및 심한 심리적 외상을 일으킬 수 있다.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들은 발작, 부정맥, 낙상, 전극(탐침)을 맞은 부위의 열상 등을 일으켜 심각한 부상, 심지어 사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2000년대, 미국과 캐나다에서 경찰의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 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 사례와 고문 및 기타 부당 대우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01년부터 2012년 사이 테이저 사용 이후 발생한 사망 사례는 500건 이상이었다.

또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000건이 넘는 2000년부터 2017년 사이 기록된 테이저 사용 이후 사망 사례 중 153건에서 테이저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 또는 기여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사망자 10명 중 9명은 비무장 상태였으며,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이나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었다.

2022년 9월 21일 모스크바에서 경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로운 시위 참가자를 체포하고 있다.

4. 전기 충격 장비는 시위대와 수감자를 학대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법 집행 담당자들은 시위대를 대상으로, 그리고 수감자를 위협하고 괴롭히고 처벌할 목적으로 직접 접촉형 전기 충격 무기를 사용해 왔다. 목숨이 위험하거나 심각한 부상이 일어날 위험이 없는 상황에서도 종종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들이 사용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조사에 따르면, 2022년 이란에서 ‘여성, 생명, 자유’ 운동이 일어나는 동안, 군부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산하 조직인 바시지(Basij) 민병대는 소년 몇 명을 성인 구금자들과 일렬로 세워 다리를 벌리고 있게 한 뒤, 전기충격기로 그들의 성기에 전기 충격을 가했다.

2024년 4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경찰이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에 참여한 한 흑인 시위자의 다리에 테이저를 직접 대고 사용한 모습이 영상에 포착되었다. 해당 남성은 세 명의 경찰관에게 붙잡혀 땅바닥에 고정된 뒤 수갑이 채워졌다.

2015년 4월 27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 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테이저를 조준하고 있다. 해당 시위는 경찰 구금 중 사망한 한 흑인 청년의 장례식 이후 촉발되었다.

5. 그럼에도 전기 충격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가 조사한 전 지역에서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 사이에 최소 197곳의 기업이 법 집행을 위한 직접 접촉형 전기 충격 장비를 제조하거나 홍보했다. 이 중 대다수 기업은 중국, 인도, 미국 등의 국가에 근거지를 두고 있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액손 엔터프라이즈는 자사 브랜드의 테이저 모델들이 현재 80여 개국에 속한 1만 8천여 곳의 법 집행 기관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6. 전기 충격 장비 남용을 막을 국제적 규제가 없다

EU와 일부 국가에서 특정 법 집행용 전기 충격 장비의 거래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 충격 장비의 생산과 거래를 규제하는 국제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아 규제가 불완전하고 단편적인 상태이다. 재래식 무기의 거래와는 달리, 법 집행 장비의 국제 거래를 보고하는 유엔 기구는 없으며, 거래 수치를 공개하는 국가나 기업도 극히 드물다.

고문 없는 무역 조약을 체결해야만 비로소 직접 접촉형 전기 충격 기기 등 본질적으로 잔인한 법 집행 장비를 금지할 수 있다. 이 조약은 또한 발사형 전기 충격 무기와 같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법 집행 장비에 대해서도 인권에 기반한 무역 통제를 부과할 수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 3월 6일, 고문 및 기타 부당한 대우에 사용되고 있는 전기 충격 장비를 다수 국가와 기업들이 제조, 홍보 및 판매하고 있다는 내용의 새 보고서를 발표하고, 법 집행 장비의 무분별한 생산과 거래를 규제하는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제 조약 체결을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전 세계 80여 개 단체들과 함께 글로벌 시민사회 네트워크를 이루어, 고문 없는 무역 조약(Torture-Free Trade Treaty) 협상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