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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 대표단]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강독모임 후기 1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유스 대표단(1기) x 유스 활동가의 웰빙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세계 사회정의의 날(World Day of Social Justice)’을 기념하여 유스 활동가의 웰빙을 위한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을 출간했습니다. 본 워크북은 국제앰네스티 유스 활동가를 비롯하여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의 웰빙well-being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한국지부의 유스 대표단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워크북 출간 이후, 유스 대표단은 워크북을 함께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나누는 강독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매주 진행된 강독모임을 통해, 유스이자 인권 활동가로서 경험한 차별과 억압을 공유하는 한편, 웰빙과 액티비즘이 공존하는 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 워크북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강독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고민들을 공유합니다. 지금 바로 강독모임의 후기를 만나보세요!

1부 웰빙의 뿌리

A. 액티비즘 문화

A-1 나를 더 이상 슈퍼우먼으로 상상하지 않기

✏️ 유스 활동가로서 두려움, 죄책감, 당혹감, 좌절감, 책임감 등으로 인해 수웨이와 같거나 유사한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나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 두손을 벌리고 있는 일러스트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 머리가 아픈 모습 일러스트

내 이름은 수웨이야.
너와 나, 우리 모두가 겪어봤을지도 모르는 경험을 나눠보려고 해.

나는 밤중에 땀에 젖은 채 숨을 몰아쉬며 늘 같은 악몽에서 깨어나.
액티비즘에 대한 꿈을 또 꿨어. 유스 활동가로서 해야 할 일에 실패하는 꿈이야.
두려움과 죄책감의 파도가 나를 덮치고, 당혹감과 좌절감에 눈을 번쩍 뜨게 돼.
우리 단체엔 유스 활동가가 얼마 없어서,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만 같아.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는 마음 깊이 이해하지만,
난 언제나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자리에 들 때조차 준비하지 못한 미팅, 답장하지 못한 수많은 메시지를 떠올리며 걱정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12p.
다예
“내가 유스 활동가니까 이래야 해!” 같은 생각 때문에 수웨이와 비슷하거나, 신경이 곤두서 있다거나, 계속 악몽을 꾼다거나, 책임감으로 어깨가 너무 무겁다거나, 계속 불안하거나, 자면서도 계속 일을 진행하거나… 그런 경험들이 있는지, 이걸 보며 떠오르는 나의 경험이나 유사한 상황들이 있는지 한번 얘기해 볼까요?
은미

저는 너무 공감을 했던 게, 12페이지 마지막에 “내가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 있는지 마음 깊이 이해하지만, 나는 언제나 불안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자리에 들 때조차 준비하지 못한 미팅, 답장하지 못한 수많은 메시지를 떠올리며 걱정해.” 이러잖아요.

근데 제가 진짜 이러고 있거든요. 지금도 사실 이러고 있고요. 유스로서 인권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쭉 이러고 있어요. 업무 알람을 다 꺼놓아도, 어쨌든 내가 할 일은 내가 계속 상기를 하게 되니까, 그 강박 때문에 일이 머릿속에 있으면 잘 때는 심지어 꿈에서도 계속 보이고… 그런 날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저 사람은 저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왜 나는 그냥 여기서 휴대폰으로 그걸 보고만 있어야 될까?
나연

저는 SNS 알고리즘이 외국 거에 많이 맞춰져 있어요. 해외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다 보니까요. 그렇게 되다 보니, 제가 전혀 컨트롤 할 수 없고, 영향을 끼칠 수 없는 해외 인권 침해 사례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게 돼요. 일종의 온라인 서명에 참여하거나, 그 영상이 더 많이 푸시되도록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것 정도밖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제가 해당 국가에 있지를 않으니까요. 그럴 때 되게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 사람이 너무 힘들어하고 아파하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고작 이 정도 일에서 멈춘다는 게 되게 씁쓸해요.

사실 이성적으로는 알거든요. 그 나라에 갑자기 가서서 액티비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라는 걸 알지만 감정적으로 그게 납득이 안 되는 거죠. “저 사람은 저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왜 나는 그냥 여기서 휴대폰으로 그걸 보고만 있어야 될까?” 싶어서 그런 점이 좀 힘든 것 같아요.

효주

사실 감정적으로 힘들다고 느낀 경우는 많지는 않거든요. “어떤 상황이든 그런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거고, 나는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되는 거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 들어 생각하는 건 제가 감정에 좀 둔한 것 같다는 거였어요. 되짚어 보니까 감정은 모르겠지만 물리적으로 내 일상이 망가져 있는 거를 자각했던 때가 있거든요.

특히 12월 말쯤에는 학교에서 돌아와서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씻고 자는 게 안 됐어요. 학교에서 돌아와서 해야 될 일을 하면 12시, 1시가 넘어 있고, 그런 걸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되게 온갖 일들을 생각하고 있고요. 그리고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야식을 시키는 거예요. 야식을 먹으면 또 너무 힘드니까 잠깐 침대에서 누워서 핸드폰을 봐요. 그러다 자버리는 거예요. 씻지도 않았고 양치도 안 했는데, 그냥 그대로 그냥 자버려요.

그러다 새벽 4시쯤에 어쩌다가 잠이 깨면은 너무 자괴감이 느껴지는 거예요.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싶어요. 일어나면 아직 안 치운 야식들이 책상 위에 놓여 있고, 그냥 던져둔 외출복이 보이고요. 그래서 해가 뜰 때쯤에 샤워를 하고 다시 침대에 눕는 그 순간이 너무 싫었어서 그런 순간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일상이 망가지고 있는 고난을 겪은 게요.

✏️ 수웨이의 일기에서, 아래 문장들이 내게 필요했던 시기가 있나요?

나를 휴식도 필요 없고 언제나 생산적인 슈퍼우먼이라고 상상하는 걸 그만두자.

세상 모든 문제를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돼.
나는 이 싸움에서 혼자가 아니고, 인권을 위한 투쟁은 함께할 수 있어.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일은 못 하겠다고 말하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아. 나를 우선으로 두자고 다짐해보는 거야.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게, 내 행복을 희생하는 걸 그만둬야겠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13p.
은미
작년 여름이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었어야 됐는데”라는 생각을 계속 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더 열심히 안 했어도 됐었거든요.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문제인데 말이에요. 근데 그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을 지금이라도 읽어서 내가 무리했다는 걸 깨닫고, 앞으로는 그러지 않도록 연습해볼 수 있다는 게 다행인 것 같아요.
마음을 쏟는다고 그 상황이 사라지거나 개선되는 건 전혀 아니고,
제 에너지만 소모되는 거죠. 실제로 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일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줄어들고요.
나연

저에게 이 문장이 필요했던 시기는 정확히 1년 전인 것 같아요. 1년 전의 저한테 “스스로의 한계를 알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라는 말을 진짜 해주고 싶어요. 한계를 아는 것도 그렇지만, 제가 정말 못하는 게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거예요.

저는 감정적 자아가 이성적 자아보다 큰 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감정에 쉽게 휩쓸리는 편이다 보니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는 재난이나 일에 대해서도 계속 마음과 정신적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는 거예요. 근데 마음을 쏟는다고 그 상황이 사라지거나 개선되는 건 전혀 아니고, 제 에너지만 소모되는는 거죠. 실제로 내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일에 들어가는 에너지는 줄어들고요.

대학에 오면서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의 범위가 넓어지고,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범위가 커지면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 있는데 신경이 쓰이는 것들이 점점 늘어났어요. 그러다 보니 정신적 에너지는 계속 소모되고 있는데 정작 내가 신경써야 하는 것에는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생긴 것 같아서, 1년 전의 제가 이 문장을 체화했다면 조금 더 내가 원하는 쪽에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모두가 슈퍼우먼일 순 없지,
근데 나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효주

제게 이 문장이 필요했던 시기는 2024년 내내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나를 휴식도 필요 없고, 언제나 생산적인 슈퍼우먼이라고 상상하는 걸 그만두자”라는 발상 자체가 필요했다기보다도 그렇게 단정지을 수 있을 만큼의 확신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어요.

발달과업 이론에 따르면 유아기 아이들은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잖아요. 저도 모든 게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모두가 슈퍼우먼일 순 없지, 근데 나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할 수 있지 않을까?”, “난 슈퍼우먼이 되고 싶은데?” 이런 생각을 포기하는 게 안 되니까 계속 나를 몰아붙였고, 어떻게 보면 그 힘듦에도 취해있던 것 같아요. “나 지금 너무 힘들어”, “나 이렇게 열심히 살고, 누군가를 위할 수 있는 사람이고, 그게 결국 나를 성장시키기도 해”라는 거에 중독돼 있다 보니까 그만두자는 결심을 못 했던 것 같아요.

✏️ 이 문장들을 선물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누구일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할 수 있는 일을 더 이상 물리적으로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한 번은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은미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 모두. 우리 모두가 생각을 해봐야 되는 게, 처음에는 견딜 수가 있거든요. 근데 점점 몇 개월, 1년 이렇게 지속이 되면 언젠가는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잖아요. 그때는 이미 나의 신체까지 다 망가져 있는 상황일 거란 말이에요. 갑상선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 아니면 뇌에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고요. 요즘 암도 많이 걸리고요. 근데 이게 사실 과로 때문인 거죠.

사회 운동하시는 분들, 활동가분들은 받는 스트레스의 차원이 되게 거대해요. 조직 내에서 발생하는 문화나 차별도 그렇지만 우리는 그걸 포함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나아가는 건데,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에 백래시가 너무 많아서 그걸 전부 맞닥뜨려야 하고, 일까지 완벽하게 해야 하고, 조직 내 문제까지 마주해야 하고… 이렇게 3연타를 다 맡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 그리고 우리가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할 수 있는 일을 더 이상 물리적으로 할 수 없게 되기 전에 한 번은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연
이 문장을 선물하고 싶은 대상은 인권 운동 혹은 사회 운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모든 사람이에요. 저희처럼 이미 운동을 시작한 지 꽤 된 다음에 이 문장을 들으면, 이미 많은 데미지를 입은 후일 거예요. 물론 이미 경험한 게 있으니까 의미는 더 와닿겠죠. 지금부터라도 개선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고 중요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저걸 들었다면 조금 덜 고생하거나 다들 조금 더 건강하게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운동의 시작점에 있는 사람이나 운동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이 문장을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는 것 자체가 운동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을 운동가라고 정체화하지 않더라도요.
효주
이 문장들을 선물하고 싶은 대상이 있다면, 사실 운동하는 사람들은 특히 그렇겠지만, 어떤 약자들은 그냥 사는 것 자체가 운동이 되기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을 운동가라고 정체화하지 않더라도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한테 선물해주고 싶고, 그 사람들한테 되게 필요할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해요. “넌 모든 걸 할 수 없을 수 있지만,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라는 걸 알려주는 문장들 같아요.

유스 활동가의 웰빙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본 워크북은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과 액티비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구, 연습활동을 제공합니다. 이 워크북이 스스로를 더 잘 돌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서로를 챙겨야 할 필요를 깨닫게 함으로써 인권을 위해 싸우는 여러분의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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