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유스 대표단(1기) x 유스 활동가의 웰빙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세계 사회정의의 날(World Day of Social Justice)’을 기념하여 유스 활동가의 웰빙을 위한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을 출간했습니다. 본 워크북은 국제앰네스티 유스 활동가를 비롯하여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의 웰빙well-being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한국지부의 유스 대표단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워크북 출간 이후, 유스 대표단은 워크북을 함께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나누는 강독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매주 진행된 강독모임을 통해, 유스이자 인권 활동가로서 경험한 차별과 억압을 공유하는 한편, 웰빙과 액티비즘이 공존하는 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 워크북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강독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고민들을 공유합니다. 지금 바로 강독모임의 후기를 만나보세요!
1. 웰빙의 뿌리
C. 저항에 대응하기
C-1 “넌 맨날 팔레스타인 얘기만 하잖아”
지금은 정치와 법을 공부하며 여러 인권단체와 활동하고 있죠.
벤야민은 리나의 친구로, 같은 학교에서 정치와 법을 공부합니다.
어느 날 오후, 리나와 벤야민은 국제법 수업 과제를 함께하기 위해 카페에서 만났어요.
과제 주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분쟁이었죠.

완전히 편향돼서 반대 쪽은 무시하고 있어!
내가 팔레스타인 사람이란 것 외에,
이 주제에 대해 다년간 공부해왔다는 것도 생각해줘.


넌 지금 그냥 방어적으로 굴고 있잖아!
네가 어떤 입장인지 이해하고 싶어.
나한테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거야?


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갈등을 직접 경험해왔잖아.
난 몇 년 동안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
이 주제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 건 그만큼 이 상황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야.
그 과정에 너도 함께해주면 좋겠어.
네 입장이 되어볼 순 없겠지만,
이해해보려고 좀 더 노력할게.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듯이 말씀하셨어요.
대학생 때 관심 있는 사회 의제에 대해 발표하는 수업을 들었어요. 당시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는 나이가 많은 파트너가 나이가 어린 파트너를 입양해서 모녀 관계를 형성한 사례도 나왔었고, 보호 청소년을 입양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법적인 도움을 주는 사례들도 나오는 등 성년 입양이 핫한 주제였어요. 저는 만 18세 이상의 성년 입양에 대해 발표를 했었죠. 커밍아웃을 하면서 그 당시 파트너랑 같이 구청에서 “내가 이 사람을 입양할 수 있냐”고 물어서 서류를 받아왔던 경험도 같이 넣어서요.
저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가족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발표했는데 교수님께서 “너는 지금 이 주제에 너무 매몰되어 있어”라며 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듯이 말씀하셨어요. 뭐라고 답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요.
유사한 경험이네요. 책에서는 벤야민이 성공적인 사례 같아요. 결국 설명해줘서 고맙다고 했으니까요.
저희 교수님도 “내가 헤테로 중년 남성이라서 그런 입장을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동성애자들은 그렇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나라에는 생활동반자법이 필요해” 이렇게 말씀하셨으면 좋았겠죠.
당사자로서 그냥 떼쓰는 게 아니라, 당사자로서 받고 있는 불합리한 처우들과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들이 있어서 남들보다 더 깊게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고, 그렇게 쌓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견해를 기반으로 말한 건데, 마치 내가 편향된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벤야민도 처음에 리나가 팔레스타인 얘기를 하니까 왜 이스라엘 얘기는 안 하냐고 한 거잖아요. 그런데 이 상황은 1:1로 똑같이 비율을 맞추는 기계적인 평등이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차별이나 혐오를 받고 있는 집단의 이야기가 당연히 더 조명되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말이에요. 기계적 평등은 실질적인 평등이 아니잖아요.
저는 “너는 팔레스타인 얘기밖에 안 하잖아”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공감하거든요. 상대방이 한 의제에 대한 내용만 계속 얘기하면 당연히 그걸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왜 이 사람은 이쪽 이야기밖에 안 할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건 정말 공감하는데, 그 생각을 드러내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벤야민이 느끼는 바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닌데, 리나에게 반응을 할 때 마치 리나가 한 쪽에만 매몰되어 있고, 극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이런 사람들의 입장은 어떨까?” 이런 식으로 우회적으로 돌려서 이 사람이 다양한 사고를 가지게끔 유도하고 대처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와 같이 이미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벤야민이 공부를 더 해야되는 것 같아요. 리나한테 팔레스타인 말고 이스라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라고 하는 건 또 다른 차별이 될 수 있어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으니까요. 벤야민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권력관계에 대해 더 공부하고 나면 리나가 편향됐다는 생각이 안 들지 않을까 싶어요.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되지 않을지 눈치를 봐야 된다는 게 아쉬워요.
C-2 저항에 대응하는 법 이해하기
저항이란 무엇인가요?
미국심리학회에서는 저항resistance을 “일반적으로 어떤 사안이나 사람에 대해
반대하거나 항거하거나 맞서는 모든 행동”이라 정의합니다.
저항에는 다양한 동기가 있고, 그것이 나타나는 형태도 각양각색입니다.
활동가인 우리도 저항을 합니다.
우리는 변화에 저항한다기보다 지금 이대로의 시스템에 저항한다고 할 수 있죠.
노골적인 저항이란 변화에 명백하게
반대하는 행위입니다.
- 공개적인 언쟁이나 토론
- 대립하는 말이나 행동을 앞세운 공격
- “아니요”란 말만 반복하기, 반대 의견 또는 변화 거부
은근한 저항은 노골적인 저항에 비해
훨씬 더 미묘하고 식별하기 어렵습니다.
저항하지 않는 듯이 저항할 때도 많죠.
- 회의에서는 “네”라고 하거나 동의해놓고
이후 비공식적인 대화에서 불만을 속닥거림 - 달성하려는 목표에 반하는 정보를 공유하거나
중요한 정보를 숨김 - 변화를 일으키는 행동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킴
대화를 위한 틀
저항은 종종 나를 향한 것처럼 보이거나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사실 그건 우리가 지지하는 무형적 관념에 대한 저항입니다.
저항에 대응하고 싶다면, 대화를 이어갈 때 도움이 되는 다음 원칙들을 참고해보세요.
- “지난번에 네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서 얘기를 하고 싶었어.”
- “왜 그렇게 느끼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 “흥미로운 얘기네요, 좀 더 여쭤봐도 될까요?”
-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더 얘기해줄 수 있나요?”
- “왜 그렇게 느끼는지 이해하지만, 혹시 OO도 고려해보셨나요?”
-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런데 OO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는 우리가 함께 활동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요.
OO님이 어떤 입장에서 얘기하는 건지 이해하고 싶어요.”
- “요새 일어나는 일들이 저한테는 벅차게 느껴져요…”
46페이지에 “어떤 입장에서 그랬는지 이해해보려 노력하세요.”의 예시로 “흥미로운 얘기네요, 좀 더 여쭤봐도 될까요?”라는 게 있는데, 저는 상대방이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게끔 그렇게 말하기도 해요. “혹시 OO도 고려해 보셨나요?”라는 예시도 있는데, 이건 좀 젠틀하게 말하는 거잖아요. 사실 저는 그렇게 말하는 걸 어려워해서 “OO한 부분에 대해서는 당신도 고려를 하셔야 된다”는 식으로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비슷하게 전략을 취해보는 것 같아요.
그리고 45페이지 ‘은근한 저항’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문제제기를 하면, 회의 때는 알았다고 해놓고 의사결정할 때는 제 의견을 다 배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끌고 가 버렸던 순간이 생각나요. 은근한 저항은 바로 알아차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사람이 일단 말은 했잖아요. 근데 행동은 아주 조용히 반대로 가고 있고, 그 행동을 자꾸 은폐하려고 할 수 있고요. 문제제기한 사람은 상대가 “알겠다, 고려해보겠다”라고 했으니까 잘 받아들였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데, 배신감이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보를 숨기고 은폐하는 것도 굉장히 알아차리기 어렵고요. 그래서 이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막막해요. 차라리 노골적인 저항이면 저항에 계속 대응하면 되는데, 은근한 저항은 알아차리기도 쉽지가 않으니까요.
은근한 저항이 대응하기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대놓고 반대하는 건 아니니까요.
학교에서 특정 교칙이 오히려 학생들의 자유나 공부하는 환경에 방해가 된다고 설명을 드리면, 어떤 선생님들께서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말씀하시고, 또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그래. 알겠다” 한마디만 하고 끝내세요. “알겠다”는 대놓고 “그래 네 의견 알겠고, 난 내 거 할게”라는 느낌이 강하고,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는 “나는 최대한 노력해서 네 의사를 존중하려고 했어. 그러니까 끝이야” 이런 느낌이 들어요. 학생이니까 차마 대놓고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어차피 잘 안 될 거야” 이렇게 얘기는 안 하시고, 좋은 선생님들께서는 그래도 최대한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어하시지만, 내뱉는 한마디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뿐이니까 그런 걸 들을 때마다 오히려 더 저항하고 싶고 뭔가를 일으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애초에 변화를 만드려고 말을 한 건데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여기서 딱 멈추는 거는 ‘사실 나는 동의하진 않지만 네 얘기는 그렇구나’ 이런 거잖아요. 변화를 일으키는 것에 일조할 마음은 없지만 그냥 알겠다고만 하는 것도 변화를 지연시키죠.
오히려 저항을 할 수밖에 없죠.
우리는 저항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활동가들도 저항을 합니다”라는 문장처럼, 기존의 구조들, 기존의 체계나 문화들은 다 기득권 중심적이니까요. 워크북 앞부분에서도 “기본값이 본질적으로 인종차별적이다”라고 표현했을 만큼요.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기본값이 차별적이니까 오히려 저항을 할 수밖에 없죠.
<대화를 위한 틀>을 읽고, 저항하는 사람과 얘기할 때 “넌 틀렸고 난 맞았어” 이렇게 내 옳음을 상대방을 납득시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저항하는 기저에 어떤 생각이 담겨 있는 건지 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해보려고 한다는 게, 그걸 수용한다는 거랑은 또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왜 변화를 두려워하게 됐는지, 왜 이 구조를 유지하고 싶은 건지, 그 기저에 있는 생각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접근이 좋은 것 같아요. 단순히 이 사람이 차별적인 사람이라고 치부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상대방 입장을 이해해보려 노력하는 대화를 계속 하는 게, 조금이라도 상대방 마음이 열릴 수 있게 유도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더 희망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은 읽으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런 상황이 있을 때 리나처럼 설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이런 경험이 있어서 이렇게 느꼈다”라고, 나를 주어로 하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나를 설명하는 것도 참 어려우니까요.
그리고 내가 말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상대방이 나한테 시간과 경청하는 태도를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경청을 안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자꾸 말을 자르고, 자기랑 생각이 다르면 넘어가려고 하고요. 그러면 나를 주어로 얘기할 시간도 없으니까 경청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C-3 돌봄 연습하기: 저항에 대응하기
내 관점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일이 막막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회적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죠.
저항을 마주했을 때 나의 웰빙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
좀 털어놔도 될까?”
친구나 가치관이 비슷해 편안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받아들이세요.
이건 내 노력으로 바뀌는 일이 아닙니다.

토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찾아보세요.
너는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여기까지만 하자!”
논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거나
당신의 생각에 저항하는 사람과
계속 같은 공간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하진 마세요.
그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48페이지 마지막 부분에 “기억하세요. 괴롭힘은 저항이 아니며 용납될 수 없어요”라는 부분을 보고, 우리가 저항할 때도 이 행동이 괴롭힘이 아닌지도 생각해야 되지만, 반대로 누군가가 나에게 하는 어떤 반응들이 저항이 아니라 학대나 괴롭힘일 때 그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항이 아니고 학대나 괴롭힘인데, 이걸 저항이라고 생각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 고민하고 섬세하게 어떤 식으로 반응해줄지를 고민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는 마음이에요. 괴롭힘인데 나 자신을 성찰하면서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필요는 없는 거잖아요.
저는 “어떤 이들은 변화하지 않을 거라는 걸 받아들이세요”라는 말을 보니 조금 신기했어요. 왜냐하면 “끝까지 포기하지 마세요” 이런 말이 적혀 있을 줄 알았는데, 여기서는 해도 해도 안 됐을 때는 그냥 받아들이라고, 이건 내 노력으로 바뀌는 일이 아니라고 해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내가 정말 노력했는데도 안 될 때는 끝까지 붙잡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느껴져서 이렇게 적어준 게 좀 고마웠어요.
미안한 일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유스 활동가의 웰빙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본 워크북은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과 액티비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구, 연습활동을 제공합니다. 이 워크북이 스스로를 더 잘 돌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서로를 챙겨야 할 필요를 깨닫게 함으로써 인권을 위해 싸우는 여러분의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