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5년 4월 11일, 4월 18일 2회에 걸쳐 임신중지약에 대한 궁금증과 오해를 해소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 향유를 위한 장벽에 대해서 알아보는 *미프진 A to Z 정보 세션을 개최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장호선 회원님의 시각을 통해 임신중지와 성과 재생산 권리에 대해 더 알아보아요.
*미프진은 임신중지약으로 쓰이는 미페프리스톤의 상호 중 하나이지만, 한국에서는 임신중지약의 일컫는 단어로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작성자: 장호선
생활과 윤리에 ‘임신중지 및 임신중절’ 단원이 있다. (‘낙태’라는 표현은 여성의 자율권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이기에 사용을 지양한다.)
이미 2019년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 위헌 결정이 나왔음에도 아직 임신 몇 주차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할 것인지, 임신중절 시술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여부 및 그보다 안전한 (한국에서는 미프진으로 알려진) 임신중지약물에 대한 사용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입법 공백의 상황이 벌써 7년째라는 말이다.
수업을 할 때마다 이런 상황도 아이들에게 얘기해주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으며 이미 여러 국가에서 상용화된지 오래인 임신중지약물 ‘미프진’이 아직까지 식약처가 허가하지 않은 이야기도 함께 해준다.
이야기를 전하면서, 나 자신도 미프진에 대한 지식이 없으니 좀 더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던 차에 감사하게도 국제앰네스티에서 좋은 세션을 열어주어 다녀왔다. 전체적으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찬성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문제
임신중지의 권리가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그 권리를 사용하냐(찬성), 사용하지 않냐(반대)의 논의가 가능하다.
2015년도 교육과정이긴 하지만 교과서에도 임신중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찬성/반대 입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미 낙태죄 위헌이 나온 상황에서 이건 찬성/반대로 논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인권 혹은 권리의 문제에 대해 찬/반을 논하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은가? “인간은 평등한가?” 라는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어도 양심적 거부를 하는 의사가 있을 수 있다. 개인 차원의 찬/반은 어쩔 수 없으니까. 그런데 이런 개인적 차원의 찬반이 존재하기 전에 낙태죄 위헌판결이 난 현재, 우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제도와 법이 마련되는게 우선이다. 병원 시술 없이도 임신중지 가능한 약물 허용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고.
2. 왜 아직까지 입법이 되지 않았는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관련 부처에서는 임신 24주까지는 임신중지를 선택적으로 합법화하는 안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24주 이후에 임신중지를 하면 범죄인가? 이미 낙태죄가 위헌이 상황에서 말이 안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신중지를 무기한 허용 시 임신후기에도 임신중지를 남용하는거 아니냐?’ 라는 비판이 있는데, 실제로 대부분 연구결과에 따르면 임신중지가 잘 보장되는 곳은 오히려 후기 임신중지가 거의 없다.
실제로 미국은 21주 이후에 임신중지를 하는 비율은 1% 내외이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 초기에 임신중지를 하고 불가피하게 초기에 임신을 중지하지 못한 경우에만 중기 임신중지가 이뤄진다. 영국의 경우 24주 이후에는 0.1%, 노르웨이의 경우 21주 이후 0.2%의 통계를 보였다. 초기에 임신중지를 하지 못하는 사유는 다양하지만 의사의 양심적 거부, 의료시설 부족, 태아의 질병 등이 사유다.
결국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법적 제도와 의료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제도적인 보호가 있어야 지금처럼 음지에서 공유되는 부정확한 정보들이나 위험한 임신중지 시술을 막을 수 있다.
3. 식약처는 왜 임신중지약물을 허가하지 않는가?
식약처는 법의 부재를 얘기하지만, 이미 낙태죄가 폐지된 상태에서, 다른 임신중지 국가에서 상용화되어있는 약물을 금지하는 논리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식약처는 법이 아닌 충분한 임상 결과를 허가의 근거로 사용해야 한다. 앞서 서술했지만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약물이고, 40년 넘게 상용화됐기 때문에 임상 결과는 차고 넘친다.
4.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국제앰네스티에서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임신중지약 허가 탄원서명이 있다!
임신중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권리 및 공중보건의 문제다. 가장 인상깊었던 깨달음이었다.
좋은 행사를 준비해주시고, 강연을 진행해주신 앰네스티에게 감사드리며, 부디 하루 빨리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길 바란다. 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