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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MADEX 2025,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폭탄을 응시하라

2025년 5월, 가자지구는 여전히 폐허 위에서 신음하고 있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서는 최소 5만 4000명이 사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이다. 병원, 학교, 식수 시설을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인 공습이 벌어졌다. 수백만 명이 강제로 피난을 떠나야 했지만, 여전히 폭격을 피할 수는 없다. 가자지구의 생존자들은 인도적 지원마저 차단 당한 채, 극한의 고통을 견디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향해 자행 중인 극악무도한 집단학살의 현주소다.

다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여기, 부산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28일 부산에서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이 막을 올렸다. 나흘간 벡스코에서 열리는 MADEX 2025는 방산 기업 홍보와 방위산업 수출 진흥을 위한 전시회다. 부산시, 해군, 해병대 등이 주관하며, 국고보조금이 투입되는 정부 및 지자체 차원의 행사이기도 하다. 일명 무기박람회라 불리는 방위산업전시회는 세계 각국의 무기 회사들과 군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무기를 홍보하고 거래하는 행사로, 업계에서는 이른바 ‘무기 거래의 꽃’으로 여겨진다.

올해 14회째 개최되는 MADEX 2025에는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인 IAI(Israel Aerospace Industries), 그리고 이스라엘 군에 무기를 납품해온 다국적 기업 탈레스(Thales) 등이 부스를 운영하며 무기 거래 활동을 벌인다. 국제앰네스티가 확인한 바, 주최 측은 이스라엘 해군 지휘부를 공식적으로 초대했다. 수십 년간 군사점령을 유지해오며, 최근 2년 간 집단학살을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 무기의 성능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증’을 거친다.

그러나 MADEX 2025에는 집단학살과 전쟁범죄 연루에 대한 일말의 책임조차 찾아볼 수 없다. 운영 주체인 부산시, 해군과 해병대는 이스라엘 및 관련 기업과의 무기 거래 및 홍보 행위가 국제인권법과 인도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 위험 평가 실시 여부를 묻는 국제앰네스티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전쟁범죄 가해자와 그들에게 무기를 공급한 기업이 공식 초청된 자리에서조차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고려되고 있지 않다는 현실은 가자지구의 생지옥 앞에서 커다란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그 어떤 박람회보다 무기박람회는 윤리와 인권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무기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빼앗고, 도시를 파괴하며,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무기를 공급하는 국가는 그 무기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국제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

한국은 2013년 유엔 무기거래조약(ATT)에 서명한 나라다. 이 조약은 재래식 무기가 학살이나 전쟁범죄에 쓰일 수 있는 상황에서 해당 국가로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판매액은 약 84억 원에 달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는 한국이 서명한 무기거래조약과 집단살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제노사이드 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다.

집단학살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는 전례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날로 위용을 뽐내는 ‘K방산’의 이면에는 모두를 ‘집단학살 공모국 시민’으로 살아가게 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MADEX 2025가 지역 산업의 수출 기회로 대두되는 지금, 무기 산업의 인권적 책임에 대해 시급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이스라엘에 파는 무기, 가자지구의 아동들을 겨눈다. MADEX 2025는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폭탄을 응시하라.

김한민영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기사 원본 출처: “MADEX 2025, 가자지구에 떨어지는 폭탄을 응시하라” (부산일보, 2025.05.28)

 

2025. 5. 28 부산일보 1면 지면광고

기획: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한민영, 유지연 / 책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장박가람 / 디자인: 김헵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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