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의 가자지구 캠페인 영상에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직업 배우로서 살면서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늘 있죠. 그런 일을 개인적으로 할 수도 있겠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시는 단체에 제가 도움이 된다면, 또 그 진행 (내용)이나 목적이 합당하다면 도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쟁 지역 어린이가 겪는 현실을 듣고 어떠셨나요?
인간이 벌일 수 있는 가장 어리석은 짓이 전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것은 인간 중에서도 또 소수의 아주 제한적인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죠. 그래서 그 전쟁을 통해서 수없이 피 흘리고 고통받는 대다수의 사람은 사실은 원인 속에 들어있지 않아요.
심지어 거기서도 또 어린이는 그야말로 아무런 죄가 없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잖아요. 정말 너무나 큰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해요.
가능하다면 그 일을 벌이는 어른들이 어린이를 고통스러운 환경에서 구해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어떤 식으로든 벌어지는 일들과 이야기를 정확히 알릴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좀 힘을 써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요.
두 아들의 아버지로서 분쟁 지역 어린이를 바라봤을 때 드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저는 제 아내가 임신을 하기 전에는 세상에 그렇게 많은 임산부가 있는 줄 몰랐어요. 제가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기 전에는 세상에 아이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내가 관심이 없으면 잘 보이지 않잖아요. 나한테 중요하지 않고.
아이들을 키우면서 너무나 절실하게 느낀 것은 (제 아이들이) 전쟁, 질병, 기아 이런 것들을 최소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굉장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제 바로 윗세대 선배님들도 전쟁을 경험하신 분들이 계신데, 저는 아직 태어나서 한 번도 전쟁을 겪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가자지구도 마찬가지고, 여러 지역에서 지금 분쟁과 전쟁이 일어나잖아요. 그 사람들의 일상과 지금 제가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누리고 있는 평화로운 일상의 차이의 무게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느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누구에게나, 어디서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지금 평화로운 지역에 계시는 많은 분들도 항상 거기에 대해서 좀 관심과 경각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하는 마음은 아마 어떤 부모나 마찬가지 일 거예요. 그런 마음을 좀 더 여러 곳에 공평하게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자녀들과 인권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많이 해요. 제 아들들은 어쨌든 크게 가난해 본 적 없는, 2025년 대한민국 신도시에 사는 청년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건에 사는 아이들도 친구와 비교하고,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교하고, 연예인 아무개와 비교하며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절대로 그렇지 않고, 확률적으로 너희는 굉장히 감사한 인생을 누리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돌아봐야 한다고 (아들들에게) 말해줘요. 분쟁 지역이나 전쟁 지역의 어린이나 주민들이 누구에게 죄를 지어서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닌 것처럼, 너희들도 무슨 특별히 굉장히 훌륭한 일을 했거나 무언가에 당첨이 돼서 태어난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순전히 우연이니까 감사해야 하고, 본인들의 책임이 아닌데 저렇게 고통 속에 빠져있는 가자지구 어린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지 생각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꼭 용맹정진해서 세계 평화를 위해서 ‘어벤져스’처럼 뭔가 해야겠다, 이런 것보다는 그냥 당연히 느껴야 하는 어느 정도의 책임감과 죄의식이 마음속에 계속 흐르도록 유지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앰네스티와 함께 하시게 되면서 대중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인권이라는 게 굉장히 오랫동안 쓰였던 말이죠.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져야만 하는 권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또 가져야만 하는 권리겠죠. 그런데 그 당연한 것이 지켜지지 않았고, 또 시대별로 그 의미가 다르게 쓰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인권이라는 말을 정치적으로, 나쁘게 이용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고요.
너무나 단순하고 순수한 인권이라는 말을 우리가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나 사건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검증하고, 배우면 아이들에게 좀 더 정확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지요. 그 아이들이 좀 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그러면 언젠가는 앰네스티 촛불 옆에 있는 철조망도 없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바라봅니다.
영상을 보시는 분들과 앰네스티 지지자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요?
가끔 생각하는데, 제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면 겁이 나서 절대로 독립운동을 못 했을 거예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열심히 일해서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보내주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인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을 우리가 보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죠. 저는 소극적인 표현이어도 괜찮고, 심지어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결국 모이고 모여서 큰 강물이 흐르기도 하는 것이니까요. 소극적인 마음의 사람들끼리의 위로와 연대, 이런 것들이 굉장히 반가워요.
모인 탄원은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에 전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