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025년 5월,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강원도 삼척을 2회 연대 방문했습니다.
강원도 삼척은 BTS의 버터 앨범 커버 촬영지로 잘 알려진 맹방해변을 비롯해 아름다운 산과 바다, 동굴, 계곡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관광 명소이자, 한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삼척블루파워가 2024년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주요 에너지원인 석탄화력발전과 핵발전의 인권 영향을 살펴보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필요성을 공유한 삼첨 정의로운 전환 투어의 참여후기를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모두를 위한 길을 알려준 삼척
작성자: 서주희
어서와 삼척은 처음이지?
2025년 5월 31일 국제 앰네스티에서 주최한 ‘삼척 정의로운 전환 투어’를 통해서 처음 삼척을 방문했다. 투어를 신청한 이유는 하나였다. 몇 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주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워낙 큰 사고였기에 뉴스에서도 접한 적이 있었지만, 그 사고가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몰랐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서, 후쿠시마 주민들의 힘듦과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인재란 생각이 들었다.
인재란 충분히 우리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피해를 막지 못했을까?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하는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던 중, ‘삼척 정의로운전환 투어’를 알게 되었다. 막연히 아는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보고 그 지역에서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명확히 알아야 나 역시도 앞으로 어떻게 사는것이 맞는지를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무지에서 벗어나 알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삼척으로 이끌었다.

삼척시청에서 투어에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들
세 번의 투쟁을 기억하다
삼척에 도착해 처음 마주한 장소는 원전백지화기념탑이었다. 삼척에서는 총 세 번의 원전백지화 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왜 그들은 핵발전소 설치를 반대했을까? 핵발전소는 무엇이 문제일까? 지역 주민들이 문제라고 여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계속해서 핵발전소를 설치하려고 할까?이에 대해서 ‘석탄화력발전대투쟁위원회’의 성원기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처음엔 삼척주민들 역시 핵발전소 설치에 대한 저항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삼척보다 먼저 핵발전소가 지어진 울진의 상황을 직접 보게 되었다. 울진에 핵발전소 공사가 시작되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숙소가 지어지기 시작했고 주변엔 식당도 여는 등 지역이 활성화되는 듯했다. 이를보고 삼척 주민들은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사고 끝나고 나니, 남은 건 빈집과 빈 가게였다. 문제는 이런 지역 침체뿐만이 아니었다. 여러 언론과 TV에선 보도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암 환자의 수가 급증했다.
왜 암 환자의 수가 급증하게 되었을까? 핵 연료봉 속에 핵 방사성 물질을 완전히 가둬둘 수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핵발전소주변 지역 토양엔 핵 방사능이 검출되었고 해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토양과 해수 근처에 사는 주민들의 몸이 어찌 멀쩡하고 건강할 수가 있을까.

맹방해변에서 강의중인 성원기 교수
또한, 핵발전소 지역에서 나온 농산물은 방사능이 들어있다고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자 납품이 어려워졌다. 어떻게 해서든 농산물을 팔려면 다른 지역 농산물이라고 속이고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본 삼척 주민들은 당연히 핵발전소 설치를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사는 터전에도 이롭지 않은데 어느 누가 좋다고 환영할 수가 있겠는가. 그들은 핵발전소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한다. 핵발전소의 구조는 어떠하며, 핵발전소의 위험성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그들은 투쟁위원회를 만들어 약 7년 동안의 원전 백지화 투쟁 운동을 했다. 이들의 지난하고 힘겨운 투쟁 덕분에 핵발전소 설치는 무산되었고 다른 지역 역시도 백지화시켰다. 삼척 주민들이 서로 힘을 합쳐 자신들의 땅과 삶을 지켜낸 것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기념탑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이 승리의 기쁨을 아름다운 삶의 터전을 물려주신 조상에 바친다. 우리의 반핵 의지를 이 땅을 지켜 갈 후손에 계승한다.” 이후에도 삼척은 2번의 투쟁을 더 하게 되었고 그들은 2019년에 다시 기념비를 세우며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삼척 시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 모였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역사는 미래를 밝히는 불빛이라, 후손들에게 교훈으로 남기고자 삼척 시민의 자긍심을 담아 이 비를 세운다.”

원전백지화 기념비
우리가 가야할 길
삼척 시민들이 남긴 비는 내게 큰 울림과 인상을 남겨주었다. 나는 몰랐지만, 아니, 몰랐다기보단 알려고 하지 않았고 듣지 않았다는 것이 맞을 거 같다. 내가 듣지 않고 알려고 하지않는 동안, 삼척 시민들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위해서그리고 수많은 동, 식물을 위해 분투하고 애쓰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린 지금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었을까?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전기를 써서 편리하다는 이유로 서로를 더 고통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일까? 하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편리함이라는 이유를 대기엔 거기엔 너무나도 많은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고통과 희생이 있는 편리함이 정말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오히려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원전백지화기념탑앞에서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한 참여자들
삼척에서 직접 본 현장은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었다.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는 우리를 전혀 이롭게 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는 절대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니다. 모두를 위한 길이 아니라면, 모두를 위하는 길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이 아주 요원한 것도 아니다. 많은 국가에서 이미 석탄화력발전소를 중단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길이 있음에도 가지 않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번 투어를 통해 내가 그리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 어딘지를 알게 되었으니, 부디 조금이라도 많은 이들이 이를 깨닫고 함께 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또한, 자신들의 자리에서 묵묵히 기후정의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낸다. 이미 나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투쟁이 헛되지 않도록 나도 나의 자리에서 함께 지지하며, 나의 몫을 다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