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저스틴 마촐라 Justin Mazzola 국제앰네스티 미국지부 조사관, 원문 링크
시위는 권력을 향해 진실을 말하는 귀중한 방법이다. 역사를 통틀어 시위는 여러 강력한 사회 운동의 원동력으로 작용해 불의와 학대를 폭로하고, 책임을 요구하고, 사람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 안타깝게도 이 소중한 권리가 세계 곳곳에서 공격당하고 있으며, 최근 며칠간 보았듯이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6월 1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워싱턴 D.C.에서 예정된 군사 행진, 전국 곳곳에서 예정된 시위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장 급습과 법 집행 조치의 증가를 앞두고, 시위가 있을 경우 ‘엄중한 무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시위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인권 단체로서,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많은 질문을 받았다. 특히 “당국이 이래도 되는가?”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다. 이와 관련하여 자주 묻는 질문에 대해 국제앰네스티의 답변을 정리해 보았다.
1. 시위는 인권인가?
시위에 참여하는 개인은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다양한 인권을 행사한다. 여기에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인 집회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평화적 시위가 가능하게 하는 필수적인 다른 권리들도 포함된다. 이를테면 생명권,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사생활권, 임의적 체포와 구금 그리고 고문과 기타 부당 대우 및 처벌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집회시위의 권리는 하나의 법률이나 조약에 따라 법제화되기보다는 위와 같이 각각 뚜렷하면서도 상호 강화하는 권리들을 보장하는 다양한 국제 및 역내 조약에 명시된 조항을 통해 국제인권법상 보호를 받는다. 이 모든 조약이 시위 참여자들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즉, 시위는 인권이다.

2025년 6월 10일 방독면을 쓴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이 LA 연방 건물을 지키고 있다.
2. 민간인들의 시위를 감시하는 데 군대를 배치할 수 있는가?
군대는 민간인 감시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군대를 배치하거나 군사화된 치안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끔찍한 선례를 만들고, 위협과 공포의 분위기를 조성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불필요한 폭력 및 평화로운 시위 억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과도한 무력 사용 및 시위자의 임의적 체포 등 인권 침해 가능성을 높이기도 한다.
군대는 전쟁에 대비해 조직되고, 훈련되고, 준비되는 조직이다. 시위 현장에는 설 자리가 없다. 시위 현장에서 긴장 해소, 중재, 사람들의 안전 유지를 위해 훈련받는 조직은 경찰이다. 군대 인력은 군중 통제나 긴장 해소를 목적으로 훈련하지 않으므로 이 목적에 동원되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이민세관단속국ICE 담당관이나 이민법 집행에 관여하는 연방 법 집행 요원들 역시 이런 종류의 훈련이나 경험이 부족하다. 이를 기억하기 위해 먼 과거까지 돌아갈 필요도 없다.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살해 이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 대한 대응*만 되짚어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인종 차별과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졌다. 국제앰네스티 조사 결과, 시위 현장에서 경찰들이 평화 집회를 향해 광범위하고 심각한 인권 침해를 저지른 것이 확인되었다. 과도한 무력 사용 행위는 주, 지방 경찰서 경찰들 뿐 아니라 연방 기관의 보안 병력과 주방위군에 의해서도 벌어졌다. (작성자 주)
일반적으로 군대는 법 집행 임무를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부가 가치를 고려해 평가한 분명한 필요 사항을 토대로 예외적, 일시적 상황이라고 판단될 때가 아니라면 법 집행 의무를 수행하는 데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배치되더라도 국제 및 국내 인권법 등 법 집행에 적용되는 법적 틀의 구속을 받는다. 또한, 합법적이고 인권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도록 적절한 지침을 받고 장비와 훈련을 갖춰야만 법 집행을 수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항상 민간인의 지휘, 통제,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로스앤젤레스 사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과 미 해병대를 동원한 목적은 공공의 안전이 아니라 공포 조성과 반대 의견 묵살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2025년 6월 9일 LA 시내에서 열린 시위에서 주 방위군이 연방 건물을 지키고 있다.
3. 당국이 시위자들을 향해 고무탄을 쓸 수 있는가?
고무탄, 스펀지탄, 그 외 충격 발사체KIP는 심각한 해를 일으킬 위협이 임박한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하고, 그 외의 상황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는 평화로운 시위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고무탄을 사용하는 사례가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 곳곳과 미국에서 고무탄 및 기타 충격 발사체를 오용하여 시위자들의 중상과 사망을 초래했던 수많은 사례를 기록했다. 종종 이 무기들은 무차별적으로 배치되어 사람들의 머리를 겨냥하거나 근거리에서 발사된 탓에 실명, 머리뼈 골절, 내부 장기 손상 등 영구적인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4. 경찰이 시위자들을 향해 최루 가스를 사용할 수 있는가?
최루 가스를 비롯한 화학적 자극제는 평화적으로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최루 가스는 폭력적인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해산하는 안전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최루 가스는 많은 치안군의 이른바 저살상 장비로 사용된다. 즉, 화기를 대체하는 무기의 한 종류인 것이다. 이것들은 ‘비살상non-lethal’이 아닌 ‘저살상less-lethal’ 무기라고 불리는데, 이는 살상을 목적으로 고안된 것은 아니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루 가스를 쓸 수 있다는 것은 경찰이 이보다 해로운 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찰들은 애초의 사용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방식으로 최루 가스를 쓰고 있고, 대부분 평화롭게 시위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다량을 사용할 때도 많다. 발사체를 사람들에게 직접 쏘거나, 이를 제한된 공간 또는 사람들이 흩어지기 어려운 상황에 배치하는 식으로 사용한다.
몇몇 사례에서는 화학적 자극제를 사용한 탓에 중상이 초래되거나 고문 및 기타 부당 대우에 해당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최루 가스에 관한 국제앰네스티의 조사 내용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다.

2025년 6월 10일, LA 다운타운에서 열린 시위에서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항의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5.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하면 어떻게 되는가?
소수의 사람이 폭력을 일으켰다고 해서 평화로운 시위자들의 집회권이 침해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소수의 사람이 평화로운 집회를 폭력적인 집회로 바꾸려고 할 경우, 법 집행 담당관들은 평화로운 시위자들을 보호해야 하며, 소수의 폭력 행위를 명목 삼아 다수의 인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방해해서는 안 된다. 권리를 알리는 사람들, 시민 이민법 집행을 평화적으로 방해하는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것은 아니며, 이러한 행위들은 집회시위의 권리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대규모의 평화적인 시위대 안에서 한 소집단이 폭력 및 공공 기물 파손 행위를 저지를 경우, 법 집행 담당자들은 시위 주최 측과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폭력 행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해당 행위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수월하게 조치할 수 있다.
집회 해산에 관한 결정은 필요성 및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야 하며, 임박한 폭력의 위험으로부터 공공질서를 보호할 다른 수단이 전혀 없을 때만 해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집회를 해산하겠다는 (합법적인)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해산 명령을 명확히 알리고 설명함으로써 시위자들의 이해와 협조를 최대한 얻어야 한다. 또한 해산에는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강제력은 명령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추정되거나 주장되는) 경우나 단순히 집회에 참여한 경우를 처벌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 체포와 구금은 법률이 정한 절차에 의해서만 이행되어야 한다. 체포나 구금을 공공 집회에 평화롭게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거나 집회 참여를 처벌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6. 트럼프 대통령은 반란법을 발동할 수 있는가?
‘반란법Insurrection Act*’을 발동한다면 이른바 ‘이민법 집행’ 또는 시위 진압을 위해 연방군 배치가 허용된다. 반란법 발동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권력을 강화해 미 전역의 지역사회에 공포와 위협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억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란법은 특정 상황에서 반란이나 국내 폭력 사태를 진압하거나 법 집행을 위해, 대통령이 미국 내에 군대를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이다. (작성자 주, Brennan Center for Justice)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위험하고 사실과 맞지 않는 수사를 퍼뜨렸다. 남쪽 국경에 ‘침략’이 일어난다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거짓말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침략도 전쟁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 안전한 곳을 찾아 온 사람들과 이민자들은 가족이자 친구이자 이웃이다. 이민자는 지역사회를 더 활기차게 만들며, 그들이 미국에 오는 것은 안전, 치안, 그리고 더 나은 삶을 위해서다.
반란법은 노예화된 사람들,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들, 시민 권리 운동 등을 억압했던 것과 관련된 길고 고통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란법이 마지막으로 사용된 것은 1992년으로, 당시 로드니 킹Rodney King 구타 사건에 연루된 경찰관이 무죄로 방면되자 로스앤젤레스에서 봉기가 일어났다. 지금 반란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소외된 지역사회를 겨냥해 국가 폭력을 동원했던 유산을 잇는 것이다.

2025년 6월 10일,LA 다운타운에서 열린 시위에서 종교 지도자들을 비롯한 시위 참가자들이 기도 집회를 위해 행진하고 있다.
7. 국제앰네스티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국제앰네스티는 현재 진행되는 시위들과 이에 대한 미 전역의 당국 및 연방 정부의 대응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개별 증언을 뉴스 출처와 소셜 미디어, 원격 감지, 크라우드소싱 및 데이터 과학을 활용한 위치정보 데이터, 사진, 동영상과 결합한다. 이를 통해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각종 자료를 종합해 숨은 진실을 밝혀내고자 한다.
지난 2020년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 이후, 국제앰네스티는 4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시위자들을 겨냥해 일어난 총 125개의 개별 폭력 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주 경찰 및 지방 경찰 구성원들이 저지른 폭력,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가 미니애폴리스 경찰관들에게 구금되고 고문당한 뒤 정식 사법 절차도 거치지 않고 처형당한 뒤 열흘 사이에 주 방위군과 일부 연방 기관의 치안군 인력이 저지른 폭력을 기록했다. 기록된 학대 사례에는 시위자, 언론인, 법적 참관인 및 거리의 의료진을 상대로 저지른 구타, 최루 가스와 후추 스프레이 오용, 스펀지탄과 고무탄 등 ‘저살상’ 발사체의 부적절하고 때로 무차별적인 발포 등이 있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러한 인권 침해 상황을 개선하고자 시위 감시를 위한 정책 및 관행을 개정하고 국제 인권 기준을 준수할 것을 법 집행 기관들에 촉구하고, 법 집행관의 시위 감시에 관한 모범 관행Best Practices for Law Enforcement Officials Policing Demonstrations이라는 문서를 발간했다.
8. 일반 시민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인권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의 시위는 여느 때의 시위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공포가 우리를 묵살하려는 것을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망명을 추구할 권리를 보호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장 급습과 대규모 구금으로부터 이웃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반대 의견을 억압하고자 경찰을 군사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거부하겠다는 의지다.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권리를 수호하고, 최근의 인권 침해 행위들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것을 멈추기 위해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이를 실행하기에 안전한 상황이라면 자신이 속한 동네 또는 도시에서 진행되는 시위에 동참하길 권한다. 나의 목소리를 사용하자. 다른 사람들도 데리고 나가자. 이 문답을 가족과 친구에게 공유하고 집회시위의 권리,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현장 급습, 국제앰네스티의 활동에 관해 의견을 나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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