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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이주민 어린이와 청소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너의 권리를 주장해> 릴레이 서평 시리즈 (8)
김영아 |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MAP 대표

이 아이들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요?

2021년 늦가을 <난민과 함께하는 사람책 도서관> 활동으로 어느 중학교 교실을 찾았습니다. 이 질문에 학생들과 선생님은 뉴스에서 스치듯 본 장면의 사진을 한참 보았습니다. 사진 중앙에는 통로로 걸어 들어오는 초등학교 연령의 어린이 두 명이 보입니다. 남매는 등에 가방을 매고 누군가 선물한 듯한 인형 한 개를 안고 있습니다. 아이들 바로 뒤에는 부모님이 따르고 있고, 엄마는 한 팔에 어린 동생을,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습니다. 아빠는 담요가 얹혀 있는 여행 가방을 밀고 있습니다. 모든 가족의 목에는 한 가족임을 표시하는 숫자가 적힌 명찰이 걸려 있습니다. 통로를 따라 흰색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 있습니다. 저만치에는 카메라와 휴대폰이 이 가족을 향해 플래시를 터트리고 있습니다.

안도감을 느낄 것 같아요.
낯설고 신기할 것 같아요.

학생들은 그 사진이 공항에서 찍힌 것을 단번에 알아채고 사진 속 사람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난민! 한국군용 비행기로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으로 구출된 사람들입니다. 난민이다.

저는 동시에 무척 두려웠어요.

교탁 옆에 서 있던 난민이 입을 떼 자신이 한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의 심정을 말했습니다. 찰나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학생들은 사진 속 아이가 겪고 있는 일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이들이 어떤 공포에서 벗어났는지, 무엇에 걱정과 두려움을 느끼는지, 무엇에 상실감을 느끼는지 더 깊이 헤아렸습니다.

이 아이들이 이 학교, 이 반으로 전학 오면 어떨까요?

그럴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지난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 구조를 통해 정착시킨 아프간 난민 391명 중 60%가 아동입니다. 초중고를 다녀야 할 아동은 140여 명입니다. 학생들의 눈이 커졌습니다. 학생들은 모두 전학생을 반겨주고, 다른 친구와 똑같이 대하고, 또 도와주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가 있으면 다른 문화도 배우고 학교생활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프로그램,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단체 제공

<난민과 함께하는 사람책 도서관> 프로그램,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단체 제공

아동은……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 속에서 성장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1989)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아프간 난민의 지역사회 정착이 시작되자 어떤 곳에서는 아프간 아동의 학교 입학을 반대하는 학부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아프간 아이들을 외국인 학교로 보내거나 다른 수업을 만들어서 자신의 자녀들과 같은 교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지내지 않게 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난민 아동의 생명, 생존, 발달의 권리, 아동 최상의 이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입니다. 또, 자신의 자녀를 이슬람 교인들에게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시위 구호는 말 자체로 차별적이며 평등과 비차별 원칙을 위반합니다. 인종, 민족, 피부색, 언어, 종교,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집에서 가까운 거리의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박탈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프간 아동은 한국에 와서 반년 동안 사회로부터 분리되어 공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입니다. 입학 반대 시위와 이에 따른 입학 지연으로 권리 주체자인 난민 아동은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차별과 불공정을 겪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난민 아동뿐 아니라 한국 아동의 인격도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난민 학생의 입학을 막는 어른들이 자신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도보 바닥에 welcome이라는 문구가 쓰여진 발판이 여러장 깔려있다

난민 아동이 학교 입학을 거부 받는 일은 또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난민 아동의 입학 허가가 학교 교장의 재량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간 아동 이전에도 여러 지역사회에서 시리아 아동, 아프리카 출신 아동이 입학 거부를 경험했습니다. 학교 측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아동을 교육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그러나 모든 아동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 따라 의무교육이 난민과 이주민 아동 모두에게 적용되었다면 학교 현장은 이미 포용적인 배움터로 변해 있었을 것입니다.

난민‧이주민 어린이와 청소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

국제앰네스티와 배우 안젤리나 졸리, 유엔아동권리협약 초안 작성자 제럴딘 반 뷰런이 함께 만든 『너의 권리를 주장해』는 난민‧이주민 어린이와 청소년,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과 함께 읽고 싶은 책입니다. 우선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에게 어렵거나 심리적으로 힘들지 않도록 쉽게 차근차근 인권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아동의 관점에서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게 합니다. 양차 세계대전이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현재 국제 인권 체제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설명하면서 아동이 받은 피해에 주목합니다.

전염병 유행과 팬데믹 같은 오늘날의 문제로 전 세계 아동이 교육의 기회를 빼앗겼고 학대와 착취의 위험에 더 취약하게 되었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기후 위기가 재난과 보건 위기를 낳아 아동의 생존을 위협하고, 강제 이주로 이어져 아동의 학대, 방임, 인신매매, 강제 노동 위험과 교육권 침해 가능성을 키울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책은 아동권리협약을 15개의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각 인권 분야에서 아동의 권리침해가 현 세계에서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읽다 보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성인과 똑같은 권리를 갖는 주체로 인정하게 됩니다. 또한, 출신(국가, 지역, 소수민족), 인종, 장애 및 질병 유무, 사회 경제적 상황 및 지위,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기타 정체성 요인을 이유로 많은 아동이 아동으로서 특별히 고려 받아야 할 권리들을 침해받고 있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지 자체가 이 책이 주는 놀라운 경험입니다. 어떤 어린이와 청소년은 비로소 자신이 처한 위험 상황이 이해 갈 것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이 누리고 있는 권리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가족과 사회가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고 옹호하도록 하는 법과 제도, 프로그램이 새삼 중요하게 보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어떤 아동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처음으로 불공평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너의 권리를 주장해』 책 전반에 ‘난민’, ‘이주민’ 단어가 아주 여러 번 등장하는 것에 주목하길 바랍니다. 난민, 실향민 또는 이주민 상태에 놓인 아동이 그만큼 폭력과 인권 침해에 더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앰네스티 활동가들이 "I Welcome Refugees", "Refugees Welcome" 피켓을 들고 있다

국경 지역과 이주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자나 이주자라는 이유로 아동이 성인과 함께 감금당하거나 강제로 부모와 분리되고 있습니다. 또, 인종주의와 제노포비아에 근거한 차별과 혐오의 언어, 심지어 폭력이 아동의 일상까지 공격하고 있습니다. 난민‧이주민 아동은 공식적으로 출생 신고가 안 되고, 법적으로 신분으로 증명할 서류를 갖지 못해 교육, 의료, 경제활동, 사회 참여 등 일상의 모든 활동에 제약받을 수 있고, 어떤 국가도 시민으로 받아 주지 않아 무국적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난민‧이주민 아동이 폭력과 분쟁의 트라우마로부터 회복하지 못한 채 어른의 역할을 대신하는 스트레스를 감당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시정되지 않는다면 난민‧이주민 아동은 위험과 학대에 더 취약해집니다. 『너의 권리를 주장해』를 통해 한국에 사는 난민‧이주민 아동도 인권 위반과 이차적 인권침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주지하게 됩니다.

『너의 권리를 주장해』를 읽으면 아동이 강제로 이주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대개 난민‧이주민 아동은 부모님의 사정으로 자신의 나라를 떠났거나 외국에서 태어났다고 여겨집니다. 부모님이 박해, 분쟁, 구조적이고 문화적 폭력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경우입니다. 그러나 이 책의 아동 권리 위반 사례에서 보듯이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동 역시 피부색, 민족, 혈통, 계급, 출신국, 성별과 성정체성,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을 당하고 비인간적이고 모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제도적으로, 문화적으로 인권을 부정당합니다. 성폭력, 할례, 조혼, 인신매매와 강제 노동, 강제 징집 등 안전과 자유를 위협받고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에 노출됩니다. 소수민족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자신의 언어로 공부할 수 없고 문화를 즐길 수 없고 공평한 기회를 받지 못합니다. 아동으로서 폭력으로부터 보호받고 평등하게 교육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위협과 괴롭힘을 받기도 합니다. 아동의 사회적 참여가 아동과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아동인권침해는 아동과 그 가족이 안전과 자유를 찾아 다른 나라로 피신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보호자 없이 아동이 망명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난민 인권을 옹호하는 활동가로서 한 국가가 난민‧이주민 아동에 대해 보호 필요 여부를 판단할 때 아동이 노출될 위험과 인권 위반 가능성을 보호자와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2022년 현재 분쟁, 박해, 폭력으로 살던 곳을 떠나는 강제이주민이 세계적으로 1억 명에 달합니다. 그리고 이 중의 40-50%가 아동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30퍼센트가 아동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동이 분쟁, 박해, 폭력의 피해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너의 권리를 주장해』 글쓴이들이 인용한 유엔의 전망에 따르면 2050년까지 10억 명의 난민과 이주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난민‧이주민 아동의 인권을 보장할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다면 세계 아동 인권과 인류의 인권이 크게 훼손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온 사회는 ‘난민‧이주민 아동’에게서 ‘아동’을 우선적으로 보아야 합니다. ‘난민’, ‘이주민’이라는 상태가 꼬리표가 되어 아동에게서 건강하게 교육받고 성장할 기회를 빼앗는 상황을 좌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난민‧이주민 어린이는 자신의 고통을 운명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합니다.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은 난민‧이주민 배경을 가진 친구의 고통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사람이 『너의 권리를 주장해』를 읽고 가까이 두고 여러 사람과 함께 또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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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입체 버전, 회색 바탕에 노락색 포인트 박스가 있고 박스 안에 너의 권리를 주장해라는 타이틀이 써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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