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국가공무원법, 공직선거법에 의해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일정 수준 제한을 받습니다. 정치운동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중립의 의무를 지켜야만 하죠. 청소년은 투표와 같은 정치적 의사표현에서 제외대상입니다. 국가는 어떤 근거로 개인의 표현을 제한하고 있으며, 당사자인 그들의 생각은 어떠할까요? 앰네스티 이슈과정에서 이에 대해 속시원히 이야기를 나눠볼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 아래 내용은 인권이슈과정 5강 ‘대담 –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사람들(교사, 청소년, 공무원)’을 요약한 것입니다. 대담에는 조영선(경인고 교사), 오성희(공무원노조 활동가), 검은빛(아수나로 활동가)가 참여했으며, 랑희(표현의자유를위한연대) 활동가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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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사가 비공식적인 모임자리에서 ‘특정 당 후원’을 권유한 적이 있어요. 제 개인적인 신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당이었고, 덕분에 그 당에 매달 1만원씩 후원을 하게 됐죠. 후원이란게 늘 그렇듯, 일단 넣고 묵혀뒀어요. (웃음) 어느새 후원금이 총 44만원이 됐는데, ‘교사가 정당을 후원했다’는 이유로 벌금이 50만원이었어요. ‘직위해제 시킨다’는 말도 오갔었죠. 직업이 단지 ‘교사’라는 이유로 발언권에 수갑이 채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공무원의 경우는 제한이 더 심각해요. 이전에 현병철 인권위 위원장에 대해 공무원 11명이 1인 시위를 하고, 일부 언론에 기고를 한 적이 있었어요. 후에 국가공무원법의 ‘품위유지’ 위반으로 중징계를 받았죠. 2004년에는 민주노동당에 1만원씩 후원한 350여명의 공무원이 모두 소환 당한 적도 있어요. 대학생 때 후원을 시작한 사람이건, 아니건 다 찾아냈었죠. ‘정권의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습니다’로 신문광고를 냈었는데 ‘복종의무’ 위반으로 16명 정도가 파면, 해임 됐고 60명이 징계된 적도 있어요.
청소년은 나이 때문에 사회적 금치산자로 취급받고 있는 것 같아요. 선거원, 당원, 발기인으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없죠.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서명도 만 19세, 서울 거주자만 가능했어요. 그 조례 내용의 당사자인데도 말이죠. 심지어 서명 권유도 만 19세 이상의 서울 거주자인 사람과 동행하지 않으면 불법이었어요. 참 힘들었어요. 어른들은 늘 ‘나이들면 투표권이 생길텐데 왜 지금부터 그러냐’며 역정을 내거나,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식이죠.
1960년 3.15 부정선거 때 공무원이 대규모로 이용된 적이 있어요.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정권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조항이 생겼죠. 합법적으로 공무원의 손발을 다 묶은 셈이예요. 공무원의 권리보장은 제도의 미비 혹은 국민정서를 이유로 외면당해요. 국가가 어느정도 통제를 하기 위해서는 그를 도울 사람들이 필요할거고, 그게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해요.
전 ‘교사와 학생 사이에 발언력의 차이가 있고, 정치적인 의사표현에 있어서도 평등한 토론이 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선생님의 한마디에 아이들이 진짜 선동될까요? 오히려 교사가 ‘정치는 정당이 하는거지. 너희랑 관련 없다. 관심 안 가져도 별 문제 안 생긴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고 청소년이 정치에 무감각하게, 학교를 중립지대로 만드는 것이 어쩌면 이 사회의 개혁을 원치않는 사람들이 짜고있는 세상의 프레임이 아닌가 싶어요. 이것은 정치적 후퇴에도 큰 영향을 미치죠.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부 어른들은 공부해야 하는 아이들이 정치에 관심을 돌리는 것을 걱정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대부분의 청소년들도 그에 쉽게 동의해버리고, 스스로 미성숙한 존재라 치부하게 돼버렸다는 거죠. 사실 ‘성숙하다’ 자체를 나이로 판단하는 것이 아이러니 아닌가요? 물론 다년간의 경험과 지식습득 등을 통해 사람이 나이가 들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다는 것을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지만요.
여담이지만, 대선후보 토론회가 끝난 다음날 출근하는데 등뒤에서 아이들이 ’이정희 말 XX 잘해’ 이러면서 난리가 났었어요.(웃음) ‘정치에 관심있다’는 것 자체가 ’세상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것인데, 제가 보기에 청소년들은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외부적으로 관심을 막거나, 정보차단으로 인한 의도적인 무관심에 젖어있어요. 그래서 유치한 행동을 계속하게 되고 점점 무관심해지는거죠.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공무원이 개인의 지위에서 정치적 표현을 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러나 실효가 있는지는 의문이예요. 대민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이라고 생각하는데, 국가는 집권여당이 시키는 대로 하면 ‘중립’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일단 시민교육은 권한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지, 교육을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요. 지금은 시민교육이 실체가 없어요. 학생자치 교육은 ‘난 의장, 넌 서기’식의 역할극 수준이죠. 집행권한이 전혀 없어요. 권한이 생겨야 학생들도 뭔가 느낄텐데 말이죠. 가장 좋은 시민 교육은 ‘시민’으로 살게 하는 것 아닐까요? 시민교육을 할 의지가 있다면 실질적인 권한을 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청소년을 정치에서 떼어놓는게 오히려 무력감을 조성하는 경향이 크다고 봐요. 오히려 어른들이 청소년을 이용하는 것 같아요. ‘청소년의 수면권, 게임중독 방지’를 운운하며 ‘셧다운제’를 도입해도, 우린 그 정책에 대해 발언권이 없죠. 청소년들을 대상화시키고,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봐요.

물론이죠. 지금은 외부에서 공무원집단을 보수 집단이라 보는 경향이 크잖아요. 공무원 집단을 100이라 치면, 100이 전부 암암리에 이용당하고 있는 셈이죠.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 그 중 10은 진보의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진통이 있더라도 내부적으로 자정해가며 서로의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 13일(목)에는 인권이슈과정 마지막 강의 [거리에서의 표현의 자유 – 최여경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강의 후 뒷풀이도 있을 예정이니 끝까지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