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점령지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교사들은 살던 곳을 떠나거나, 러시아를 선전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세뇌시키는 교과 과정을 가르치도록 강요받는 것 사이의 곤혹스러운 선택 앞에 놓였다고, 국제앰네스티가 세계 교사의 날(10월 5일) 전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자국의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역에서 학교 재개를 추진하면서 현지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인 교사들의 완전한 협조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우크라이나 교사들에게 정서적 협박, 심각한 위협, 가택 수색을 가했고, 이 모든 것이 효과가 없는 경우 신체적 폭력도 행사했다.
아녜스 칼라마르Agnès Callamard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역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 교사들은 자기 의사에 반하는 일을 강요하는 위협과 학대를 받아왔다. 그들은 가혹한 선택 앞에 놓여 있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거나, 러시아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등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세뇌시키려는 교육 체계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점령지역에 머물면서 이러한 교육 체계의 일부가 되길 거부하는 선택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러시아에 대한 충성과 협조를 거부하는 친우크라이나 교사들에게는 납치, 위협, 정신적 및 신체적 학대가 기다리고 있다. 국가 당국과 국제기구 및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러한 심각한 인권 침해들을 빠짐없이 기록하고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중요하다.”
러시아에 대한 충성과 협조를 거부하는 친우크라이나 교사들에게는 납치, 위협, 정신적 및 신체적 학대가 기다리고 있다.
–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보복에 대한 두려움으로 직업을 숨기는 사람들
국제앰네스티가 인터뷰한 교사들에 따르면, 러시아 점령 당국은 학교 운영을 재개해야 한다는 시급함에 쫓겨 이전 교사들을 그대로 배치하고자 그들을 샅샅이 찾고 있다. 점령 당국의 주의를 피하는 방법 하나는 자신이 교사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었다.
미콜라이우Mykolaiv 지역 출신으로 우크라이나 어문학을 가르치던 스비틀라나Svitlana(38세)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교사라는 것을 [러시아 군인들이] 알아낼까 봐 너무 두려웠어요. 우크라이나어와 우크라이나 역사를 맡은 교사들이 그들의 주적이었거든요. 제 학생들에게는 누가 물어보든 저를 학교 청소부라고 말해야 한다고 일러주었죠.”
마찬가지로, 하르키우Harkiv 지역 출신의 역사 교사 올라Olha(40세) 역시 러시아 군인들이 자신의 집을 수색할 때 느꼈던 공포를 이렇게 표현했다. “한 번은 그들이 제가 사는 아파트를 수색하러 왔어요. 제가 가진 역사 교과서, 지도, 그 외 온갖 우크라이나 역사 문헌을 숨겨둔 것을 그들이 찾아낼까 봐 겁에 질렸죠. […] 러시아 군인들이 학교를 짓밟는 것을 봤어요. 그들이 제일 첫번째로 한 행동은 우크라이나어로 된 모든 책과 국가 상징물, 그리고 지도를 불태우는 것이었죠.” 다시 문을 연 학교에 합류한 동료들이 당국에 자신에 관해 발설할까 봐 두렵다고 그는 말했다.

한 우크라이나 교사가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당한 키이우 지역의 학교 교실에 서 있다.
강제된 협조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여파로 민간인의 삶이 완전히 붕괴된 이후, 러시아 점령 당국은 2022년 9월경 새로 점령한 모든 지역에서 학교 운영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2022년 5월 점령 지역에 남아 있는 모든 교사진을 회의에 불러 모으고, 근무를 재개하라며 압박했다.
헤르손Kherson 지역 출신의 교장인 옥사나Oksana는 당시 열린 한 회의에 관해 국제앰네스티에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세 시간 동안이나 저를 설득하려고 하더군요. 위협을 가하지는 않았어도 심리적으로 저를 압박했습니다. 저에게 말하길, 헤르손은 이제 영원히 러시아 땅이라면서, 우크라이나가 우리를 위해 싸움에서 물러났다는 거예요. 그들은 급여를 두둑하게 주겠다면서, 수입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할 테니 조만간 근무에 응해야 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서적인 협박도 있었습니다. 제가 일을 거부하면 제 학생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협조 의사가 없는 교사들은 사임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여기서 협박이 끝나는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가 꾸린 행정부 대표들은 사임한 교사들을 불시에―때로는 일주일에도 여러 차례―방문해 그들을 계속 실직 상태에 두고, 사회적 지원과 의료 혜택에서 배제하며, 점령 지역을 떠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블랙리스트’에 올릴 것이라며 위협하곤 했다.
자포리자Zaporizhzhia 지역 출신의 교사 테티아나Tetiana(56세)는 업무 복귀를 거부한 뒤 얼마 안 되어 예전 동료 한 명이 접근했다면서 국제앰네스티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동료는 저의 거부가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제가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전선에 끌려가 참호를 파게 될 테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집도 잃게 될 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저의 학생들에게 배신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지는 것도 들었죠.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니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테티아나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통제하는 지역으로 떠났다. 같은 날, 러시아 군인들이 곧바로 테티아나의 집을 급습해 그녀의 남편에게 그녀의 행방을 심문했다.
위협, 구타, 협박, 그리고 납치
고액 연봉과 승진 약속, 그리고 정서적 협박 및 위협으로도 교사의 협조를 강요하는 데 실패할 경우, 점령 당국은 최후의 수단으로 신체적 폭력과 납치까지 저질렀다.
학교 운영을 ‘지지’하는 의미로 러시아 국가 상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그 사진을 [협박용으로] 쓰려는 것이었죠.
– 올렉산드르, 자포리자 지역 출신 교장이자 지리교사
자포리자Zaporizhzhia 지역 출신의 교장이자 지리 교사인 올렉산드르Oleksandr(44세)는 업무 복귀에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장한 남성들에게 납치되어 구타를 당했던 끔찍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협조 거부 의사를 밝힌 직후, 무장한 남성 네 명이 저희 집에 찾아왔습니다. 두 사람이 저를 붙잡아 차에 태웠죠. 그들은 들고 있던 소총으로 저를 구타했습니다. 다른 두 남성은 제 아내와 함께 집에 남아 있었습니다. 저는 학교 뒷마당으로 끌려가 또 맞았습니다. 그들은 저를 ‘파시스트’, ‘나치’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학교 행사에 나오라고 요구했습니다. … 그리고 학교 운영을 ‘지지’하는 의미로 러시아 국가 상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으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그 사진을 [협박용으로] 쓰려는 것이었죠. 제가 그들의 점령을 지지하고 협조한다는 증거로 말입니다. 그 사진 정도면 제가 러시아의 점령을 지지했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당국이 저를 감옥에 집어넣기에 충분하다면서 저를 위협했습니다.”
행사 당일 아침, 올렉산드르는 납치범 중 한 사람으로부터 ‘독촉 전화’까지 받았다. 결국 그는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우크라이나 교사들이 자택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이 시작된 이후, 국제앰네스티는 지금까지 자행된 전쟁 범죄 및 국제인도법 위반 행위를 기록해 왔다. 국제앰네스티가 지금까지 발표한 자료는 모두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