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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2024년 11월 북한에 대한 제4차 UPR 심의 내용 살펴보기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

개요

올해는 북한에 대한 제4차 국가별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가 있는 해입니다.

2024년 11월 7일 오후(현지 시각) 약 3시간 동안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이번 UPR 심의에는 총 86개국(이하 참여국)이 참여했습니다.

2024년 11월 7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제4차 북한 UPR 심의 현장

 

진행 및 결과

7일 열린 심의는 유엔 인권이사회 주관으로 ‘트로이카(Troikas)’로 불리는 세 국가(에리트레아, 아랍에미리트, 파라과이)의 실무 지원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북한 대표의 소개와 발언으로 시작된 이번 심의는 각 참여국이 북한을 대상으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평가 또는 우려를 전한 다음 권고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심의 과정에서는 참여국의 발언뿐만 아니라 수검국(검토 대상국)인 북한 측의 중간 답변도 이뤄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우크라이나, 영국, 미국 등 몇몇 국가가 발언한 내용에 대해서는 북한 측이 ‘의사 진행상 이의(Point of Order)’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심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는 13일 47개국으로 구성된 UPR 실무그룹에 의해 채택되었습니다. 여기에 따르면 북한은 각국에서 제시한 총 294개 권고 중 88개 권고에 대해 즉시 ‘주목(Noted)’한다고 밝혔습니다. UPR에서의 주목한다는 표현은 말 그대로 주목은 하나 수용(Accepted)하지는 않는다는 말로, 사실상 거부로 받아들여집니다.

2024년 11월 13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 사무소에서 열린 제4차 북한 UPR 심의 보고서 채택 회의에서의 북한 당국자

 

특이 사항

이번 제4차 북한 UPR 심의에서는 지난 제1, 2, 3차 UPR과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거부’ 표현 없음

먼저, 북한은 이번 심의 간 참여국으로부터 받은 권고에 대해 단 한 건도 즉시 ‘거부(Rejected)’ 의사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과거 세 차례의 심의에서는 매번 상당수 권고에 대해 즉각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 예로, 지난 2019년 있었던 제3차 UPR 심의에서 북한은 87개 참여국으로부터 받은 총 262개의 권고 중 63건에 대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11건에 대해 검토 후 추가 거부하여 총 74건에 대해 거부함)

그렇기에 올해 심의에서 즉시 거부가 전혀 나오지 않은 점은 이례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은 88개 권고에 대해 주목한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목’은 사실상 거부로 받아들여지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엄밀하게 이는 즉각적이거나 직접적인 거부 표현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나머지 권고에 대한 답변을 추후 제출해야 하는데, 그때에는 기존에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권고에 대해 거부가 다수 추가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이번 심의 기간 즉각적인 거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은 점은 분명 전과 다른 모습으로, 그 의미를 잘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민감한 이슈에도 ‘주목’ 표현

위의 내용과 연결되는 것으로, 이번 심의에서 북한은 강제노동, 강제실종, 공개처형, 납치, 성분제에 의한 차별, 아동노동, 자의적 구금, 정치범수용소(관리소), 표현의 자유 등 그간 민감하게 반응해 온 이슈에 대한 참여국의 개선 권고에도 ‘거부’가 아닌 모두 ‘주목’한다고 표현했습니다.

과거 세 차례의 UPR에서 북한은 주로 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과 관련된 권고나 사회권과 연관된 권고에 대해서만 주목이나 수용 등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또한, 이슈의 성격과 상관없이 적대 세력으로 바라보는 미국, 한국, 일본 등이 제시한 권고에 대해서는 대부분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감한 이슈와 관련되거나 소위 적대적 관계에 있는 국가가 제시한 권고에 일괄적으로 ‘주목’으로만 반응했습니다. 이 역시 과거와 다른 행보로 그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만합니다.

  1. UPR 심의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북한은 그동안 자국이 가입, 비준한 다수의 국제 인권 협약 관련 이행 과정에서 정기 보고서조차 제때 제출하지 않는 등 대체로 비성실한 태도로 일관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UPR에서만큼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은 이번 심의 과정에서도 참여국이 우려를 제기한 여러 인권 사안에 대해 적극 반박하거나 상세히 소명하는 등 참여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심의에 앞서 수검국이 제출해야 하는 국가 보고서 또한 제때 제출한 바 있습니다. 실제, 북한 대표부는 이번 UPR 심의 간 UPR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더불어 북한 당국이 심의에 진정으로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발언만 놓고 북한이 UPR 심의에 진정성을 두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번 제4차 심의와 같이 유독 UPR에서 보여주는 능동적이고 협조적인 모습은 점은 국제사회가 눈 여겨 볼 부분입니다.

 

※안내

일부 언론에서 이번 UPR 심의 간 북한 당국이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정치범수용소 존재를 인정했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심의에서도 그간 항상 그래왔듯이 정치범수용소 존재를 강력하게 부정했습니다.

– 2024년 11월 7일 제4차 북한 UPR 심의에서의 북한 당국자 발언 원문:

“… 다음으로, 일부에서 운운하고 있는 이른바 정치범수용소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겠습니다. 우리나라 형법과 형사소송법에는 정치범이라거나 정치범수용소라는 표현 자체가 없으며 반국가범죄자만이 있을 뿐이고 교화소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 공화국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반국가범죄자들은 적대 세력들이 들여보내는 간첩, 테러분자, 파괴암해분자들과 우리 제도에 앙심을 품고 암해 책동을 일삼던 자들로서, 그 수는 얼마되지도 않으며, 그런 자들도 단지 일반 범죄자들과 분리시켜서 교화소에서 교화 생활을 시키고 있을 뿐입니다. 다시 한 번 명백히 강조하지만은, 우리나라에는 이른바 정치범도, 정치범수용소도 없습니다. …”

 

향후 기대

2025년 2~4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제58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립니다. 이번 회기에서는 지난 11월 UPR 심의에서 참여국들이 제시한 총 294개 권고 중 검토되지 않았던 206개 권고를 포함한 모든 권고에 대한 북한의 최종 입장(수용, 주목, 거부)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북한은 이번 제4차 UPR 심의 과정 간 몇몇 측면에서 예전의 북한이 보여준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실현 가능한 권고를 적극 수용하고, 실질적인 이행 방안을 수립하는 이례적인 모습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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