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칼럼

권위주의에 맞선 중국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

대한민국 서울에서 강남역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

2015년 3월 6일, 중국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다섯 명의 여성이 체포되었다. 성폭력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조직했다는 이유였다.

“소란을 일으키고 사회 질서를 교란시켰다”는 혐의로 37일간 구금된 이들은 ‘페미니스트 파이브’로 불린다. 이들이 구금되었던 사건은 중국 여성운동의 중요한 순간으로 꼽힌다.

사건이 일어난지 10년이 흐른 지금, 그때 구금되었던 5인 중 1인인 리팅팅(필명: 리마이쯔)이 중국 여성 인권의 진전과 후퇴를 돌아봤다.

‘페미니스트 파이브’ 리팅팅이 ‘여성인권옹호에 사명을 가진 사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페미니스트 파이브’ 리팅팅이 ‘여성인권옹호에 사명을 가진 사람’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페미니스트 파이브’ 구금 사건의 전말

2015년 3월, 우리의 계획은 단순했다. 나는 동료 활동가 4명과 함께 중국 전역의 지하철과 버스에서 성폭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스티커를 배포할 예정이었다.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성폭력은 그저 ‘불운’도, 침묵 속에 견뎌야 할 것도 아니고, 해결되어야 할 사회적 문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여성의 날 이틀 전이었던 행동 전날, 우리는 “소란을 일으키고 사회 질서를 교란시켰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37일 동안 구금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페미니스트 파이브’로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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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파이브’의 얼굴을 담은 일러스트.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웨이팅팅, 우룽룽, 정추란, 왕만, 리팅팅.

우리가 구금되었던 사건은 중국 여성운동의 중요한 순간으로 꼽힌다. 그때의 일은 개인적으로도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그렇게 빨리 구금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구치소에서 나는 매일 강인하고, 끈기 있게, 인내심을 갖고 내 무죄를 굳게 믿으며 버텨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석방 후, 구금의 경험을 트라우마로 안고 살아가게 되었지만, 국제사회와 국내 동료들, 가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내 부모님이 알자지라의 인터뷰에 응했을 때, 경찰은 우리 마을을 포위하고 외국인의 출입을 막았다. 부모님을 한 집에 구금하고 외출이나 출근을 금지했다. 부모님은 두려움에 떨었지만, 나를 크게 탓하지는 않았다.

이때의 경험으로 중국의 검열 체제와 페미니스트 이슈가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위험한 정치적 이데올로기, 억제되어야 할 ‘위협’으로 완전히 낙인찍힌 것이었다.

중화전국부녀연합회(All-China Women’s Federation, 중국 공산당의 분파)는 심지어 페미니즘을 “서구 이데올로기”라고 규정하고, 대신 마르크스주의적 여성관을 그들의 해석에 따라 고수할 것을 주장하며 의도적으로 서구 페미니즘 원칙과 구별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중국 여성 인권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 내 여성 권리는 후퇴와 진전을 모두 경험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젠더 이슈가 점점 더 주변부로 밀려나고, 여성인권옹호자들이 체계적으로 탄압받았으며, 공적 담론이 크게 제한되었다.

그러나 시민사회 내에서는 젠더 의식이 꾸준히 높아졌다. 미투 운동과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이어졌고,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불관용의 분위기가 확산했으며, 혼인평등 옹호활동이 계속됐다. 더 많은 여성과 LGBTI 개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좌) ‘페미니스트 파이브’ 정추란이 ‘풀뿌리는 당신이 뽑고 싶다고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우) ‘페미니스트 파이브’ 리팅팅이 ‘나는 여성인권옹호자이다. 나는 이성애자 여성이다’ 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중국의 여성운동은 변화하는 정치적 역학으로 인해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나는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

‘페미니스트 파이브’ 구금 사건은 이 과정 전반에 걸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은 성평등을 옹호하는 일이 직면하는 위험을 대중에 널리 알렸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행동의 힘을 보여주었다. 점점 더 억압적인 환경 속에서도 항상 맞서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중국의 여성인권옹호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조명을 받게 되었다. 전 세계가 이들의 노력을 인정하게 되었고, 국경을 넘나드는 소통이 활발해졌다.

그 후, 나는 하버드, MIT, 프린스턴, 예일 등 미국의 가장 권위 있는 대학들에서 강연할 기회를 얻어 중국의 페미니스트 및 LGBTI 운동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내 활동으로 시작된 것이 이제 국제적 옹호로 확장되었다. 디아스포라적 삶의 경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의 공통된 현실이 되었다.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 유스 활동가들이 ‘페미니스트 파이브’의 얼굴을 담은 일러스트를 연대의 의미로 들어보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 유스 활동가들이 ‘페미니스트 파이브’의 얼굴을 담은 일러스트를 연대의 의미로 들어보이고 있다.

페미니즘은 삶의 방식이다

10년 전 체포된 이후, 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에서 좀 더 전략적인 조직가이자 캠페이너로 성장했다. 나는 점점 억압적이 되어가는 환경에서 성평등을 촉진하는 방법과 다양한 사회적 맥락에서 페미니스트 행동을 적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 대규모 시위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이제는 ‘마이크로 애드보커시(micro advocacy)’, 다시 말해 일상 속 기회, 소셜 미디어, 예술적 표현을 활용하여 대중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규모 행동을 위한 공간이 축소되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작고 일관된 노력이 사회적 태도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내 ‘피리어드 프라이드(Period Pride)’와 같은 단체들은 월경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바디 셰이밍(body shaming, 타인의 체형이나 외모 등을 비난하고 평가하는 행위)에 도전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왔다. 해당 단체의 캠페인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고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침묵을 깨도록 장려한다. 월경이 공적 대화 주제로 다뤄지면서 ‘탐폰세’ 문제도 주목받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생리대가 필수품이 아닌 일반 소비재로 분류되어 13%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이는 식품에 붙는 9% 세율보다 훨씬 높다.

또한, 최근에는 생리대의 pH 수준에 대한 우려가 확산, 중국 국내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많은 소비자가 홍콩이나 해외의 수입 대체품으로 눈을 돌렸다. 이러한 개인적, 집단적 목소리는 기업과 정부가 행동을 취하고 개혁을 시작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구금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과 전 세계의 여성운동은 변화하는 정치적 역학으로 인해 더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내 희망은 성평등을 위해 싸울 의지가 있는 모든 사람, 역경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 그리고 우리가 이룬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들로부터 온다.

나는 페미니즘이 운동일 뿐 아니라 삶의 방식, 지속적인 실천이라고 믿는다. 즉각적인 결실을 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계속해서 성평등의 씨앗을 심고, 일상 생활에서 작은 변화라도 이뤄지도록 밀고 나간다면, 세계는 더 큰 공정함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리라고 믿는다. 나는 이 여정을 계속하며, 동료들과 함께 서서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받아들이고 희망을 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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