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상

제27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27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심사평 요약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97년부터 인권 보호에 기여한 언론인과 매체를 선정하여 그 공적을 기리고 언론의 책무를 강조하는 언론상을 선정하여 수여해 왔다. 이번 27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은 2025년 3월 27일 시상식을 진행하게 되었다.

지난 12.3. 내란 사태 이후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가 살만한 사회인지, 시민들은 어떻게 연대해야 하는지, 민주주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질문하면서 나아가는 중이다. 탄핵 이후 우리가 함께 지어가야 하는 세계가 무엇보다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라고 할 때, 언론 보도가 이에 대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예시들을 이번의 언론 보도 출품작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언론의 사회적 감시 책무,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책무를 다하는 다양한 보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언론상에도 인권 보호에 애써 온 언론인들이 다수 응모하였고 84편이 출품되어, 어느 때보다도 인권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어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39편의 기사들을 분석해 보니, 우크라이나 전쟁 등 평화와 인권 주제, 노동 인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법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보도가 많았다.

심사는 세 차례(예심, 본심, 최종심)를 거쳐 이루어졌고, 언론계, 시민단체, 학계를 대표하여 참여한 8명의 언론상 심사위원단이 본심과 최종심을 진행했다. 심사 기준은 국제 앰네스티의 인권 현안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시의성, 인권 이슈 보도 방법의 참신성, 보도 자체의 짜임새와 취재원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따져보는 완성도, 그리고 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를 두루 살피는 반향이라는 4가지 기준을 사용하였다. 심사위원 간 이루어진 심층 토론 끝에 총 8편의 수상작이 결정되었다.

인권 보도를 함에 있어 다양한 고민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 고발 이후를 고민하는 언론인의 성실한 취재가 돋보였으며, 장기적 기획으로 문제의 처음부터 샅샅이 따져보는 치열함 역시 다수의 보도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보도 방식에서 점차로 세대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영상 활용, 시각 이미지, 인터랙티브 양식 등을 다층적으로 활용하고, 지면으로 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등의 참신성을 보여주었다. 여성 노숙인, 해외 입양인과 같이 비가시화된 존재를 드러내고 법 제도의 한계로 인한 피해를 폭로했으며, 여성의 역사를 기록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다층적인 시도들이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주류 언론사 외의 다양한 소규모 언론사에서 충실한 보도를 해낸 경우가 많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여러모로 시의성이 높고 뛰어난 작품들이 출품되어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않은 작품들도 많다. 보다 많은 작품상을 수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해마다 커진다.

한국에서 동성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인 2024년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을 이끌어낸 공동변호인단의 헌신적이고 꾸준한 노력과 소송 당사자가 아직도 차별금지법이 없는 한국 사회의 수준을 공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소송의 대리인단 및 소송 당사자 김용민, 소성욱 동성 부부에게 특별상을 수상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수상작

경향신문
기획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
이 기사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행된 성폭력을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 증언하고 기록하며 역사화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노력의 산물이다. 기자들은 성폭력과 사회적 낙인 등으로 고통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을 대상화하지 않고 용기 있는 서로의 증언자로 위치시킨다. 성폭력의 선정성이 아닌 온전한 피해 인정에 초점을 맞춘다. 인터랙티브를 슬기롭게 활용해 독자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기억과 연대를 창출하려 한 시도 역시 돋보인다.

JTBC
모든패밀리
외국인, 의사, 성직자 등 다양한 관점을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냄으로써 ‘정상성 범주’의 가족이라는 틀을 깨고, 그 바깥에 있다는 것이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으며, 나아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수작이다.

MBC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이 기사는 노동자와 공익 제보자, 언론인 등 16,450명의 이름이 담긴 쿠팡 블랙리스트를 폭로하였다. 노동자들은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부당하게 채용에서 배제되거나 업무에서 불이익을 당했고, 언론인들까지 기업의 감시 아래 있었음을 드러냈다. 기자들은 2개월간 수천 명을 접촉하고 인터뷰해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검증함으로써 탐사보도의 본령에 충실했고 노동 인권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쿠팡은 기자들을 고소하며 블랙리스트를 부인했으나, 결국 고소를 취하하고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정하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신문
빌런 오피스: 나는 오늘도 출근이 두렵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5년째,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로 다양한 방식의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가해자와 사 측이 피해자를 괴롭힐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반면에 피해자가 기댈 수 있는 법적 울타리가 취약함을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내고, 직장인들의 고통과 고민을 실증 조사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막연하게 조직 문화의 변화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탄탄한 취재 결과에 기반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기사 한 줄마다 녹아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들의 일상을 회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다큐앤드뉴스 코리아
전쟁 2년, <부디모! 우크라이나>
드론을 피해 달아나는 인간. 인간의 죽음이 마치 게임 속 유희인 양 생중계되고, 드론을 ‘게임 체인저’로 추앙하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고, 가족을 해체하는 전쟁의 참상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부디모! 우크라이나’는 평범한 시민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고발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전장의 위험을 무릅쓴 취재진의 용기에 깊은 찬사를 보내며,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 우크라이나에 정의와 평화가 다시 깃들기를 기원한다.

KBS
길에서 여자가 살았다
한국 사회 노숙인의 이야기는 주로 남성을 통해 드러났지만, 이 프로그램은 그간 우리의 눈에 잘 포착되지 않았던 여성 노숙인의 삶을 추적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비가시화된 존재인 여성 노숙인의 삶에 주목함으로써 그들이 왜 길 위로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 거리에서의 삶이 항시 성폭력 등 범죄 피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이슈화해 여성 노숙인의 특수성과 그들이 겪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공론화한 점이 돋보인다. 이 과정에서 여성 노숙인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들을 타자화하지 않으려는 제작진의 노력 또한 인상적이다.

뉴스타파
백지 입양기록
해외 입양인들은 오랫동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왔고, 그들의 존재는 사회적 관심에서도 소외되어 있었다. 뉴스타파의 끈질긴 탐사보도는 해외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연결고리인 입양 기록의 부실한 관리 실태를 세상에 드러내며 침묵 속에 묻혀 있던 문제를 공론화시켰다. 해당 보도는 보건복지부의 현장 감사와 타 매체들의 후속 보도를 촉발하며 변화의 물꼬를 텄고, 단순한 폭로를 넘어 입양인들의 권리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의 기록 관리 개선을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만들어냈다.

한국일보, 코리아타임스
무너진 교실 : 딥페이크 그 후
반복되고 악화된다. 한바탕 소용돌이 같은 분노가 지나가면 또 다른 범죄자와 범죄 형태가 나타난다. 앞의 범죄를 교재 삼은 새로운 범죄가 지극히 평범한 누군가의 삶을 완벽하게 파괴한다. 기술은 사람을 향하지 않고, 때때로 범죄의 돌파구가 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의 심층 학습 과정을 말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거짓을 의미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이지만 지금 이런 기술 중립적 용어는 불법 합성물 범죄와 그 범죄의 피해자가 된 이들의 붕괴를 전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무너진 교실 : 딥페이크 그 후> 연속 보도는 지금 여기서 발생하고 있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해부학적인 해설서이자 실천적 지침이다.

특별상
동성부부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송 대리인단 및 소송 당사자 김용민, 소성욱 부부
사회 소수자의 인권 확보와 확장을 위한 인류의 역사는 법적 제도화를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2023년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2024년 대법원에서 확정된 ‘동성 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 판결은, 한국에서 동성 배우자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평가된다. 이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한 변호사들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의 경우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사법부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1심 패소 판결을 뒤집어 승소 확정판결까지 받아낸 변호사들의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은 성소수자들의 인권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화 싸움의 든든한 디딤돌을 만들어냈다.

중국은 북한 주민에 대한 강제북송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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