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넘게 자행된 반인륜적 범죄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인종 차별 때문에 원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고, 살던 지역에서 벗어날 수 없고, 살던 집에서 쫓겨나야 한다면? 여러분은 부당하다고 말할 겁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과거에 인종차별적인 법과 정책이 존재했습니다. 활동가, 정치인, 시민들의 노력으로 제도적 인종차별은 점차 사라져 왔습니다.아직까지 제도적인 인종차별을 폐지하지 않고, 특정 인종을 차별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2022년 2월 1일,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 정부가 인종차별적 정책과 제도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차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 앰네스티는 이스라엘 정부의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정책과 제도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고 발표했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제도적 인종 차별과 억압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는 과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강제 인종차별 정책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당시 남아공 정부는 백인우월주의를 공식 선언하고 흑인을 차별하는 인종차별주의적 정책을 유지하며 흑인들을 차별하고 억압했습니다.이후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용어는 한 집단이 다른 인종 집단을 대상으로 가하는 차별과 억압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관행이나 제도를 전 세계적으로 규탄하고 범죄화하기 위해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채택합니다.
반인도적 범죄인 아파르트헤이트는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을 구조적으로 지배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심각한 인권 침해를 자행하는 상황을 뜻한다
UN 아파르트헤이트 국제협약, 1973
아파르트헤이트란 한 인종 집단이 다른 인종 집단을 통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잔인한 차별대우를 가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행위입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국제법에 위배되며 국제적으로 보호되는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반인도 범죄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아파르트헤이트의 시작
팔레스타인을 향한 이스라엘의 제도적 인종차별은 이스라엘 건립 시점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48년 팔레스타인 영토에 이스라엘이 건립되기 전, 이 땅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해당 지역 인구의 70%를 차지했고, 사유지의 90%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곳에 사는 유대인은 인구의 30%를 차지했고 유대인과 유대인 기관 소유의 토지는 6.5%에 불과했습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공식적으로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은 대규모로 추방하고 이들의 거주 공간을 파괴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 8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집과 땅을 잃었습니다. 1948년 건립 이후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유대계 이스라엘인에게 혜택을 주고, 이들이 토지와 자원에 대한 통제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고수했습니다.
1967년에 이스라엘은 인접해 있는 아랍국가와 전쟁을 벌여 동예루살렘,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무력 점령합니다. 팔레스타인 점령지역Occupied Palestinian Territory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에서도 유대계 이스라엘인에게 혜택을 주는 이스라엘의 정책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갈 권리를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
현재 철거와 강제 퇴거의 위협에 놓인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군인에게 살해당한 팔레스타인인의 수
현재까지 이어지는 인종 차별과 억압, 통제
하나. 분리와 분단, 이동의 제한

거주지별 팔레스타인인의 거주 인구 및 상황
팔레스타인인들은 크게 5곳에 분리되어 거주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갈 수 있는 곳과 적용되는 법이 달라집니다. 역대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렇게 분리된 상태로 두기 위한 법과 정책을 고안해왔습니다
약 34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밖에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웃 국가의 난민 캠프에 살고 있습니다.가자지구
약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14년 전부터 이스라엘에 의해 불법 봉쇄되어 모든 출입이 제한된 곳입니다.서안지구
약 3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팔레스타인인들과 불법 이스라엘 정착촌 정착민들이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동예루살렘
약 3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으로 1967년 강제 병합된 곳입니다.
이스라엘
약 19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에 거주합니다. 이들은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시민들로 불리며 1948년 인종 청소 이후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요르단 서안지구나 예루살렘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서안지구에 살고 있다면 가자지구나 동예루살렘 등에 방문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군의 승인을 받고 검문소를 통과해야 합니다. 동예루살렘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경우 오랫동안 지역을 떠나 있게 되면 거주권이 취소되어 돌아올 수 없습니다. 반면 유대계 이스라엘인들은 유대계 이스라엘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만 있다면 어디든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고 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됩니다.
둘. 사회적·경제적 권리 박탈
침해 받는 사회적, 경제적 권리 역시 다양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의 가정생활을 방해하는 차별적인 법과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2002년 통과된 이 법에 따라 요르단 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이나 동예루살렘에 사는 사람과 혼인해 지위를 취득할 수 없습니다. 가족결합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겁니다.
또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유대계 이스라엘인에 비해 돈을 벌고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농지, 수자원, 가스, 석유 등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성과 사용 뿐만 아니라 건강, 교육 등 기본 서비스 제공이 차별적으로 제한됩니다. 대부분의 천연 자원은 유대계 이스라엘인들과 불법 유대계 정착민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전용됐습니다.

가자지구 시민들이 겪는 차별과 억압
가자지구의 경우 인구의 90%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을 권리를 제한당하고 있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인구는 실업 상태입니다. 14년에 걸친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 봉쇄로 이곳에 들어가는 의약품과 식량 등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은 봉쇄를 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나 이스라엘군은 2019년말까지 어린이 46명을 포함하여 민간인 214명을 사살하고 실탄으로 8,000여 명 이상에게 부상을 입혔습니다. 부상자 중 156명은 사지를 절단해야 했습니다.

집을 철거하고자 하는 이스라엘 당국과 그를 막고자 시위를 하는 팔레스타인인
셋. 토지 및 재산 몰수
이스라엘은 건립 이후 팔레스타인인을 상대로 잔혹한 대규모 토지 몰수를 강행했습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집을 강탈당하고 강제이주당하고 있으며 다수의 법률과 정책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소규모 지역에 고립될 수밖에 없게 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진퇴양난에 처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게 건축물을 짓거나 심지어는 텐트를 세우는 것조차도 허가를 받도록 요구하지만, 유대인 신청자들과는 달리 팔레스타인인에게 허가증이 발급되는 일은 거의 극히 드뭅니다. 2020년 이스라엘은 유대인 지원자에게 건축 허가증 1,094건을 발급해주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단 한 건의 허가증만 발급했습니다.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건축허가 없이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스라엘은 불법 건축을 근거로 건출물을 철거합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시키기 위해 이러한 차별적인 계획과 구역제 정책을 동원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여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넷. 정치적, 시민적 권리 제한
이스라엘 내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 시민들 역시 동일하게 인종차별적인 정책과 제도 하에 있습니다. 이들은 시민으로 대우받고, 투표권을 가지고 있고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지만 유대인이 되지 않는 한 법적으로 국적을 취득할 수도, 평등을 누릴 수도 없습니다.
4,868명
1,79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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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별적 제도 속에 팔레스타인인들은 계속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목소리를 내면 체포되고, 기소나 재판 없이 수감되며, 살해당하기도 합니다. 2020년 5월 말 4,236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 감독에 수감되었습니다. 이중 352명은 기소나 재판 절차도 없었습니다. 2000년 9월부터 2017년 2월 사이 이스라엘 군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에서 4,868명을 살해했습니다. 그중에는 아동 1,793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무력 분쟁 이외의 상황에서 발생한 사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군인들 중 고의적 살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인종차별적 정책과 제도는 사라져야 합니다
이 세상에 아파르트헤이트가 존재할 곳은 없으며, 이스라엘에 아량을 베풀기로 선택한 국가들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게 될 것이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초장
인종차별, 인종차별적 정책은 어느 국가에서도 절대 용인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입니다. 모든 국가는 국제법상 인종차별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합리적 의심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보편적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인종차별협약의 당사국은 이를 이행할 의무가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 정부가 인종차별적 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유지하는 차별, 분리, 억압을 해제할 것을 촉구합니다.
- 주택 철거와 강제 퇴거라는 잔혹한 관행을 중단할 것
- 이스라엘 내부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역의 모든 팔레스타인인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고 국제인권법과 인도주의법 원칙을 따를 것
- 팔레스타인 난민과 그 후손들이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올 권리를 인정하고, 인권침해와 반인도적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전적인 배상을 지급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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