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유스 대표단(1기) x 유스 활동가의 웰빙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세계 사회정의의 날(World Day of Social Justice)’을 기념하여 유스 활동가의 웰빙을 위한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을 출간했습니다. 본 워크북은 국제앰네스티 유스 활동가를 비롯하여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의 웰빙well-being을 위해 제작되었으며, 한국지부의 유스 대표단이 직접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워크북 출간 이후, 유스 대표단은 워크북을 함께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나누는 강독모임을 진행했습니다. 매주 진행된 강독모임을 통해, 유스이자 인권 활동가로서 경험한 차별과 억압을 공유하는 한편, 웰빙과 액티비즘이 공존하는 문화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본 워크북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강독모임에서 나눈 이야기와 고민들을 공유합니다. 지금 바로 강독모임의 후기를 만나보세요!
1부 웰빙의 뿌리
B. 억압과 특권
B-2 억압과 특권 이해하기
억압이란 무엇인가요?
억압oppression은 특정 사회집단이 권력상 우위에 있는 다른 사회집단의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지배당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억압자 집단은 자신들과
타인의 힘을
정의할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피억압자 집단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받아들이고
내면화해 결국 억압자들에게
협조(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억압
집단학살genocide, 괴롭힘,
차별은 시스템이고 제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이 나서지
않아도 지속될 수 있습니다.
억압자 및 피억압자 집단
구성원들은 ‘정상적’이고
‘올바른’ 역할을 수행하도록
사회화됩니다.
특권이란 무엇인가요?
특권privilege은 사회의 공식적·비공식적 제도에 의해 지배 집단의 모든 구성원에게
노력한 것 없이도 주어지는 권력(예컨대 백인 특권, 남성 특권)을 뜻합니다.
특권은 일반적으로 그것을 가진 이들에겐 보이지 않습니다.
특권을 인식하지 않도록 교육받기 때문이죠.
“어디서 태어났어요?
진짜 출신지는 어디예요?”
“나는 사람을 인종으로 보지 않고
그냥 그 사람으로 봐.”
“백인같이 말하네.”
“말을 되게 잘한다.”
미세공격이란 무엇인가요?
미세공격microaggression이란 취약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인
메시지가 담긴 일상의 언어적·비언어적 표정, 몸짓, 어조를 사용해 의도와 무관하게
사람을 적대시하거나,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가리킵니다(Sue et al., 2007).
미세공격 행위는 경계를 설정하고 [기존의] 권력과 지위를 강화하죠.
미세공격의 대상이 되면 웰빙에 심각한 해를 입을 수 있어요.
“너무 시끄럽고 요란하잖아.
진정해.”
“그 나이에 되게 독특하네.”
“사회 정의 중요하지.
그래서 난 차별 같은 거 안 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28-31p.
✏️ 피억압자로서 겪은 미세공격(p. 31)이 있나요?
여성
나연
저는 제시된 예시 중에 ‘차이를 무시함’과 ‘능력주의 신화’를 제일 많이 겪었어요. 성별로 인한 상황이 많았죠. 여성이 역사적으로 받아온 수많은 차별을 싸그리 무시하고 이미 평등이 이루어진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구조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이 차별의 존재 자체를 무시해버리면 답이 없잖아요. 그냥 그 차별을 받고 가만히 있어야 되는 거죠. 그리고 이런 발언이 무서운 건, 본인은 정말로 차별을 안 한다고 생각하고, 타인들이 보기에도 그 사람이 실제로 차별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에요. 차이를 무시하는 것 자체가 차별의 유형 중 하나인 건데,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나는 성별에 기반해서 사람을 다르게 취급하지 않아”라고 말하고, 그렇게 믿음으로써 자신이 차별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논리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제가 제일 많이 겪은 일 중에 하나예요.
능력주의 신화는 다가오는 설날이 되면 아마 제가 보게 될 것 같아요. 할아버지, 삼촌 다 앉아서 TV를 보고 계시고, 이모들이랑 엄마만 계속 요리를 하세요. 심지어 저희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신데도 계속 요리를 하고 계세요. 저는 그게 너무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왜냐면 만약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데 일을 하고 있다면 당연히 가서 도와주고 싶을 것 같은데, 아파도 요리하는 걸 집안 어른들은 너무 당연하게 보시는 거예요. 물론 거기서 제가 그걸 지적할 용기는 없었지만, 볼 때마다 숨이 턱 막혀요. 여성을 동등하게 대하지 않고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행위들은 한국의 명절에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목격하지 않나 싶어요.
다예
청첩장도 그런 게, 청첩장 양식이 남자가 위나 앞으로 가게 되어있어요. 부모님 중에서도 아버지가 먼저, 부부 중에서도 신랑이 먼저. 그게 고정 템플릿이에요. 딸들이 어머니 성함을 앞에 넣으려고 해도, 오히려 어머니들이 안 바꾸고 싶어하신대요. “피억압자 집단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받아들이고 내면화해 결국 억압자들에게 협조(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됩니다.”의 사례인 것 같아요.
인권 활동
은미
제가 인권 쪽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대단하다, 멋지다”라고 듣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근데 그런 걸 들으면서, 오히려 이 일이 대단하다고 여겨지지 않을 만큼 보통의 일로 인식됐으면 좋겠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 고맙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찝찝한 게 있었어요.
“멋진데…?” 이런 말들이 가끔
‘나 같으면 그 일 안 할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닿을 때가 있어요.
다예
저는 “나 변호사야” 했을 때 멋지다고 하는 거랑, “나 인권 운동해” 했을 때 멋지다고 하는 거랑 똑같은 느낌으로 말하면 불쾌하지 않아요. 그런데 “멋진데…?” 이런 말들이 가끔 ‘나 같으면 그 일 안 할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닿을 때가 있어요. ‘나 같으면 이런 궂은 일, 돈 잘 못 버는 일, 사회적으로 인정 못 받는 일 안 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지? 대단하다’ 이런 인식으로 말하는 게 느껴질 때 기분이 묘해지는 것 같아요.
나연
명절에 “너 뭐 하고 지냈어?”라는 질문에 이런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집안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 멋지다… 열심히 사는구나…” 말로는 그러지만, 우려스러워 하는 표정이 읽히니까 좀 그렇더라고요.
주변인의
반응
은미
피억압자로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건 늘 미세공격, 보복을 포함하여 백래시에 직접적으로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심리적으로 힘들 가능성이 크고요. 그런데 주변인의 반응도 참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지인에게 이에 대한 두려움이나 고충을 토로하니까 그런 답변을 들었어요. 그냥 가만히, 조용히 있으라고요. 물론 제가 법적 문제에 엮일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건 이해는 돼요. 그런데 그냥 발언하라고 하고, 문제가 생기면 도와준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으면 저는 조금 더 든든했을 것 같거든요. 그런 말을 들으니까 ‘만약에 실제로 고소를 당했을 때 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들었어요.
피억압자 집단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반감들이 있는 것 같아요.
다예
그것도 피억압적 집단으로서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는 게 내재화된 사례 같아요. 기본값은 차별이고 억압이라, 문제를 제기해야 바뀌는 건데, 억업자 집단이 만든 정상성에서 벗어나지 않고 얌전히 사는 게 우리 사회의 흔한 생각인 것 같아요. 문제제기하는 사람이 유별난 사람처럼 비춰지고요. 학교나 회사에서도 괴롭힘으로 신고했을 때 문제제기한 사람 때문에 다 같이 진술하거나 조사받아야 돼서 귀찮아졌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꽤 봤어요. 문제가 있는 걸 알아도, 피억압자 집단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한 반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암묵적
편견
나연
지인이 태국 여행 얘기를 하면서 “트랜스젠더 클럽이 있더라”, “서빙할 때 트랜스젠더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제가 듣자마자 기분이 나빠서 “왜 그런 식으로 신기하다는 듯이 얘기를 하냐”면서 화를 냈거든요. 그랬더니 오히려 저한테 화를 내면서 “트랜스젠더가 옆에 지나가도 내가 때리지 않으면 괜찮은 거 아니야? 내가 대놓고 앞에서 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때리는 것도 아닌데 그게 왜 혐오고 차별이야?” 이렇게 얘기해서, “네가 이렇게 말하는 것들이 조금씩 쌓여서 그 사람들한테 공격이 돼”라고 말했는데, 저한테 “너는 네가 당사자도 아닌데 왜 그런 얘기를 해?”라고 하더라고요.
다예
암묵적 편견의 완벽한 사례인 것 같아요. “스스로 이러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현실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라는 말에 부합하는 사례요. 때리는 게 아니어도,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잖아요. 혐오가 아닌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이 모든 게 혐오니까요.
시선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말을 할 수 있잖아요.
나연
말만 안 하면 피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시선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말을 할 수 있잖아요. 암묵적 편견은 누구나 갖고 있는 거지만 자신의 부정적 연상에 대해 조금이라도 의식했으면 좋겠어요. 물론 인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암묵적 편견인 거지만요.
은미
학과에 탈식민주의와 페미니즘을 다루는 강의가 있어요. 강의에서 트랜스젠더가 나오는 책을 다루길래 너무 기뻤어요. 저는 젠더 당사자거든요. 그런데 학교에 터프TERF,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인 학우들이 많단 말이에요. 제가 그 책의 발표를 맡은 날이었는데, 발표 전에 교수님께서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는 당시에 젠더 정체성을 밝힐 수가 없는 상태였어서 일단 학우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봤어요. 근데 어떤 분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다 터프라는 전제를 가지고 발언을 하는 거예요.
듣다가 위협을 느꼈는데, 다행히 교수님께서 트랜스젠더 인권을 옹호해주셨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도 그분은 계속 혐오발화를 하시더라고요. 제재가 있어도요. 저는 이것도 미세공격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있는 모든 사람이 전부 다 젠더 정체성에 고통받지 않는 시스젠더 여성이라고만 생각하고, 게다가 트랜스젠더 혐오까지 하는 그런 상황이요.
그리고 제가 발표에서 트랜스젠더 플래그 색으로 만든 발표자료로 “저는 이것에 대해 공감한다”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그랬더니 그 분께서 말씀을 멈추더라고요. 그때 많은 걸 느꼈어요. 솔직히 그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제가 당사자로서 얘기를 안 하면 계속 혐오발화가 이어질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무섭지만 얘기를 했었던 거죠.
다예
이런 게 트랜스젠더에 대한 암묵적 편견인 거잖아요. 그분들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말을 뱉지 않는다고 해도 나연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눈빛이나 제스처나 어조 같은 것에서 드러나고요. 암묵적 편견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전에, 35페이지에 나온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것’, ‘인정하고 지지하고 경청하는 것’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B-3 돌봄 연습하기: 미세공격에 대응하고 관리하기
✏️ 상대방이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가 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상처받거나 불쾌감을 느낀 적, 투명인간이 된 것 같다거나 배제당했다고 느낀 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 기분이 나빠진 적이 있나요? 의도치 않게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은요?
나이
효주
저는 상대의 공격적인 말보다는 오히려 제 말에 충분히 반응 주지 않을 때 그런 걸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당신을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발언을 했고, 당신이 해명하거나 반응해줘야 되는 의견이라고 생각했는데, 충분히 반응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 같다고 느낄 때 내 의견을 아무런 효과도 가지지 않는 의견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게 됐던 것 같아요.
다예
유스라서, 혹은 여성이라서 의견을 무게 있게 느끼지 않았던 걸까요? 특정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효주
아무래도 그 자리에 있던 다른 구성원들은 남성이기도 하고,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저에게만 그런 식으로 반응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은미
요즘에 새삼 느끼는 건,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을 무시한다는 거였어요. 제가 화장을 잘 안 하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저를 어리게 보거든요. 제가 탈색을 하고 다니는 이유도, 좀 덜 어리게 보이려고 해서였어요. 일을 같이 한다든가, 봉사활동 같은 걸 할 때도 제가 어린 사람이라서 저를 존중하지 않는 상황을 많이 겪어요.
국제총회에 갔을 때, 발언하시는 비유스 분께서 대부분의 유스 대표들은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셨던 기억이 나요. 모두가 그 이야기에 대해 안다는 듯이요. 한 유스 분이 문제제기를 하셨을 때에야, 다시 처음부터 맥락을 설명하시더라고요. 이런 상황처럼, 모든 사람이 다 알 거라는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투명인간 취급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예
유스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하면서도 이런 일을 정말 많이 겪었어요. 유스 사업도 다른 사업들과 같이 전문성이 필요한 일인데, 유스를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로 비유스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보다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유스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되는 것 같을 때도 있고요.
조직문화
미세공격에 대응하려 하면 다른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은미
미세공격은 가시화되지 않는 특성이 있어서, 미세공격에 대응하려 하면 다른 사람들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조직이나 단체 차원에서도 조직 구성원들이 미세공격에 대처할 수 있어야 되는데, 소속된 조직이 거시적으로 여러 정책과 규범들을 준수하고 있다면 “내가 잘못된 감정을 느끼고 있는 건가?”라는 자기 의심을 하게 된단 말이에요. 스스로는 불편하고 무섭다고 느끼더라도요. 그래서 책에서 말한 ‘포용적인 문화’라는 게 되게 중요해요. 사소하다고 비춰지는 부분까지도 고려하고, 인권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진정한 포용적인 문화로 다가가는 방향이 아닐까 싶어요.
나연
첫 직장에서, 계약직 직원이라는 이유로 조직 전체 메일링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어요. 조직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몰라도 되는 거였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가끔은 저 또한 동일한 직원으로서 업무 진행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되는 것에 대한 메일까지 못 받을 때가 있었죠. 다른 직원 분들이 그 메일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실 때에야 “내가 이런 걸 해야 되는구나”라는 걸 깨달아서, 메일을 보낸 직원 분께 직접 요청드려서 겨우 받았었어요. 일은 다른 직원들이랑 똑같이 하는데,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았었죠.
퀴어
아무리 친하더라도, 제 속마음을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 사람들은 이성애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나연
또,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가끔 만나는 지인들이 있는데 그 지인들을 만나면 무조건 가장 먼저 “나연이는 남자친구 안 생겼어?” 이 얘기부터 해요. 언제 생기냐, 아직 안 생겼냐 이러면 저는 “아직 안 생겼어요”라고 말은 하지만, 속으로는 “나는 남자친구를 만들 생각이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아무리 친하더라도, 제 속마음을 말할 수는 없었어요. 그 사람들은 이성애만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다예
말씀주신 것처럼 배제는 유스로서도 그렇고 퀴어로서도 겪는 일인 것 같아요. 만연한 퀴어 혐오가 아무렇지 않게 퀴어를 배제하는 경우들이요. 저는 전형적인 시스젠더 헤테로 친구들만 있는 모임에 가면 많은 대화 주제가 이성애를 전제로 하다보니까 갈수록 할 말이 없어지더라고요.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배제당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반화
태연
제가 미세공격이 담긴 말들을 했던 상황도 생각나요. 저는 다른 문화에 있는 사람들이랑 얘기를 할 일이 많았는데,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불편함을 줬던 경험이 몇 번 있었어요. 타문화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서 “이런 건 너무 당연하지 않아?”라는 식으로 말했거든요. 그 후로는 “나에게는 이래, 너에게는 어때?” 이런 식으로 고쳐 나가려고 하는 중이에요.
다예
문화권에 따라서 가치관이나 당연한 상식의 정도가 다르고, 익숙한 관습도 다르니까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 같아요.
서연
저는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요.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 있다 보면 너무 편하다 보니까 아무렇지 않게 내가 내뱉는 말에 미세공격이 담겨있을 수 있겠더라고요. 예를 들면, “너희 이거 다 해봤잖아”라고 했는데, 다른 한 친구가 “나 안 해봤거든?” 이렇게 장난식으로 대답하는 거예요. 그 친구 입장에서는 기분이 언짢거나 나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최대한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말들 위주로 사용하려고 해요.
✏️ 타인의 미세공격에 대응하는 기초 방안(p. 37-39)에 대해 드는 생각이 있나요?
다예
이 책에서는 미세공격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스텝별로 얘기해주니까 좋아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37p.
1단계
가능하다면, 침착함을 유지하며 숨을 깊이 들이쉬세요.
상황을 가정하거나 즉각 반응하기 전에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져요.
2단계
가능하다면, 좋은 의도로 그런 거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렇다고 상대방의 발언이나 행동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이런 행동을 한 게 처음이라면 피드백을 줘서 가르쳐주거나
직접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줄 수 있어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38p.
3단계
바로 문제에 대응할지, 나중에 대응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이 대화를 안전하게 할 수 있다고 느끼나요?
아니라면 신뢰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화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태인가요?
아니라면 다음에 얘기할 수도 있어요.
4단계
사람이 아닌 사건에 집중하세요.
행동이나 발언에 집중해 대화하면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나올 확률이 낮아집니다.
은미
3단계에 공감이 가긴 했어요. 유스로서 미세공격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던 회의에서 다른 유스 분이 불편한 발언을 들을 때마다 한숨을 쉬더라고요. 겁먹은 것처럼 보였어요. 저한테 도움을 요청한 건 아니었지만, 발언하시기에 감정적으로 힘든 상태이실 거 같아서 제가 문제제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3단계에 “바로 문제에 대응할지, 나중에 대응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이게 되게 중요한 것 같은 게, 어떤 사람한테 “네가 지금 미세공격을 하고 있어”, “이건 인권적이지 않고, 나는 지금 너의 발언으로 인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 “너는 이런 식으로 발언하면 안 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도 좋긴 하지만, 사실은 내가 두려움을 느끼고 있으면 나를 지키는 것부터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아예 자리를 뜨고 나중에 그 사람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한다든지 그런 방법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태연
저는 4단계 ‘사람이 아닌 사건에 집중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런 일이 발생하면 그 사람을 싫어하고 화가 나지, 사건에 집중하기는 진짜 어려운 것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하라는 말은 따로 없어서 혹시 해보신 분이 있다면 공유해주실 수 있나요?
효주
저는 4단계 같은 경우에는 누군가 어떤 발언을 할 때 그 사람의 행동만을 지적하기보다도, 그 사람의 행동과 같은 맥락에 있는 다른 행동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우리 이러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건 하지 말자”라고 해서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지 않게끔 들리도록 말하려고 해요. 물론 저 스스로는 사건이 아닌 사람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특정인이 아닌 사건에 집중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것 같은데, 이럴 때의 부작용은 제가 변화하기를 원했던 사람은 정작 자기 얘기가 아닌 줄 아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다예
저는 구조를 탓하는 편이에요. 만약 여성혐오가 너무 만연한 사람이라면, 이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 구조에 여성혐오가 깔려 있기 때문에 학습된 피해자인 거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39p.
5단계
상대방의 언행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하게 공유하세요.
- 기초 다지기: 상대방과 나, 둘 다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는 점을 확인하기
- 의도: 상대방이 부정적인 의도로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한단 걸 밝히기
- 관찰: 논의할 행동, 말, 상황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고 간결하게 묘사하기
- 효과: 그것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바뀌었으면 하는지 이야기하기
- 확인: 상대방과 나 둘 다 포용적인 행동을 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기
6단계
상대방의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심호흡을 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진 다음 결정을 내립니다.
대화를 이어가고 싶다면, 앞선 단계를 다시 시도해볼 수 있어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다면, 피드백을 재차 공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은미
3단계에 가장 공감이 가긴 했지만, 미세공격에 바로 대응을 하지 않았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복잡한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바로 대응했을 때보다 충격이 덜할까 봐요. 하지만 5단계를 보니까, 제가 문제제기할 때 이걸 알았다면 좀 더 전략적으로 얘기를 할 수 있었겠다 싶어요. 저한테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또, 제가 문제제기를 여러 번 해보기 전까지는 사실 좀 무서웠어요. 그래서 전에는 문제제기 하기 전에 청심환을 먹고 갔었거든요. 6단계에서 심호흡을 하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라는 얘기를 보니까 그때가 생각났어요.
서연
저는 가장 인상깊었던 단계가 6단계예요. 항상 미세공격에 대응할 때 마무리가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상대가 포용적이지 않다고 느껴지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포용적이지 않은 자세나 언어를 고쳐주려고 하는 편인데, 마지막까지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 때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린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게 너무 예민한 건가?”, “미세공격을 미세공격이라고 받아들이는 내가 너무 과한 건가?”, “이 정도 말은 일상생활에서 문제없이 쓰일 정도인가?”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6단계가 어려워요.
다예
완전히 혐오로 무장되어 있는 사람이나, 남의 얘기를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사람한테는 41페이지에 나온 것처럼 대립하지 않는 게 최선이기도 한 것 같아요.
늘 미세공격을 당하는 사람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게 안타깝고,
어떻게 해야 이런 구조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은미
공감해요. 미세공격에 계속 대응하다 보면 내 자신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대응 후 상대방 반응도 예측할 수 없고요. 이 사람이 반성하고 좋은 피드백을 줄 수도 있지만, 내가 언제 그랬냐며 다시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많이 기죽게 되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정신건강에 더 좋았다 싶기도 하고요. 늘 미세공격을 당하는 사람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 게 안타깝고, 어떻게 해야 이런 구조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팁(p. 40)과 미세공격에 대립하지 않는 개입 전략(p. 41)에 대해 드는 생각이 있나요?
스스로의 언행을 관리하는 일은 내가 가진 인식, 편견, 가정, 배경, 정체성, 특권이 무엇인지 의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그의 처지에 연민을 가지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죠.
포용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를 기억할 수 있게 다음과 같은 팁을 활용해보세요.
➊ 한 번 더 생각하고 표현하기
말을 하기 전에 다른 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세요.
내 의도가 무엇인지, 내가 말하려는 내용이 의도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세요.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것 같다면 다르게 표현해보세요.
➋ 반응 vs. 성찰
다른 사람에게 반응하거나 대응하기 전에 나는 괜찮은지 확인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➌ 일반화 피하기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대신, 고정관념이나 다른 편견이 담겨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뉘앙스를 고려해 해도 되는 말인지 생각해보세요.
➎ 피드백 받기
피드백에 열려 있는 태도로 공감하고 경청해보세요.
➍ 호기심 갖기
가정하기보다 질문하고, 타인을 판단하기보다 호기심을 가져보세요.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40p.
상황에 따라, 대립하지 않는 개입 방식이 최선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접근 방식을 고려해보세요.
질문하기
의도한 발언이나 거기 담긴 정서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합니다. 발화자에게 스스로 잘못을 인식하고
발언을 수정하거나 부연할 기회를 줍니다.
요청하기
다른 언어나 다른 접근 방식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OO 님’이 아니라 ‘우리’라고 표현해
개인이 아닌 단체 전반에 대한 요청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요청을 하게 된 이유를 밝힐 땐
문제가 된 언사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합니다.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41p.
은미
저는 대립하지 않는 개입 전략에 ‘요청하기’에서 ‘우리’라고 표현하는 거 있잖아요. 이 전략을 많이 사용해요. 한국인들이 외국인 혐오나 타자화하는 말을 많이 할 때나 민족주의적인 발언을 했을 때 그거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라는 말을 많이 써요. 전략적으로 우리 전체에게 책임을 지우는 거죠. 대명사가 주는 힘이 큰 것 같아요.
다예
저도 “너 이런 거 하지 마” 이렇게 말하기보다는, “우리 다 같이 이런 건 안 해보는 게 어떨까요?”하고 말하는 편이에요.
은미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팁에서 4번 ‘호기심 갖기’ 이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냥 물어보거든요. 제가 물어보는 게 상대방의 맥락을 고려하지 않는 걸 수도 있으니까 혹시 내가 물어봐도 되냐고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혹시 내가 이상한 얘기를 하는 것 같으면 언제든 얘기해달라고 하면서 질문해요.
다예
질문하고 호기심을 가지는 게, 상대를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짓는 것보다 먼저 물어보고 어떤 의미에서 한 말인지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것 같아요. 상대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저는 이 장을 읽으면서는 또 다른 사회 운동, 일상 속 캠페인을 얘기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미세공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보다도 미세공격을 겪었을 때 어떻게 이 상황을 현명하게, 갈등 없이 바꿀 수 있는지를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요. 또 생각나시는 사례나 생각이 있으신가요?
내가 미세공격을 하는 입장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한테도 얼마든지 피드백이 올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효주
우리가 어떤 활동을 할 때 되게 중요한 게 포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팁의 5번인 것 같아요. 피드백에 열려 있는 태도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거요. 저는 성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미세공격 대응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우리는 보통 미세공격을 받는 쪽이라고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근데 어떤 순간에서는 오히려 내가 미세공격을 하는 입장일 수도 있기 때문에 나한테도 얼마든지 피드백이 올 수 있다는 걸 인지할 필요가 있어요. “난 그런 사람이 아니야”라고 부정하는 것보다 “내가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걸 충분히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우리가 계속 뒤쳐지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예
효주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계속 배워야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늘 열려 있어야지만 누군가를 상처주거나 배제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유스 활동가의 웰빙 워크북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며 휩쓸리지 않는 법』
본 워크북은 인권을 위해 싸우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과 액티비즘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아이디어와 도구, 연습활동을 제공합니다. 이 워크북이 스스로를 더 잘 돌볼 수 있게 하는 한편, 서로를 챙겨야 할 필요를 깨닫게 함으로써 인권을 위해 싸우는 여러분의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