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상

제25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제25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 심사평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1997년부터 인권 보호에 기여한 언론인과 매체를 선정하여 그 공적을 기리고 언론의 책무를 강조하는 언론상을 선정하여 수여해왔다. 이번 25 회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은 2023년 3월 28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창립기념일에 시상식을 진행한다. 이번 언론상 참여작품들은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에 대한 언론 보도의 필요성을 다시금 환기 해주는 소중한 기록들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플랫폼 경제의 발달 등에 따른 인권 침해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에 대한 사회적 감시역할을 수행하고 저널리즘의 책무성을 보여주는 다수의 언론 보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권 보호에 애써 온 언론인들이 다수 응모하여 올해 총 64편의 보도가 출품되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32편의 기사들을 분석해보니, 노동 인권을 비롯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빈곤 문제 및 이주민, 아동, 장애인에 대한 차별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노동 인권과 사회적 차별에 대한 주제가 다수였다. 우리 사회가 성장이라는 미명으로 모두가 가져야 할 권리에 대한 목소리 자체를 억압하고, 정부가 인권 침해를 정책적으로 조장하는 상황에 이른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모든 출품작을 놓고 예심, 본심 그리고 최종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심사가 진행되었으며, 언론계와 학계를 대표하여 참여한 8명의 언론상 심사위원단이 본심과 최종심을 진행했다. 심사기준은 예년과 유사하게 국제앰네스티의 인권 현안에 부합하는지를 따져보는 시의성, 인권 이슈 제시 방법의 참신성, 보도 자체의 완성도 및 관련된 문제 해결에 기여한 바를 살피는 반향이라는 4가지 기준을 사용하였다. 심사위원의 치열한 토론 끝에 총 8편의 수상작이 결정되었다. 예년에 비해 가장 많은 작품에 대한 수상을 결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올해 출품된 작품들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중요한 의제의 제시, 보도의 완성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수상작들은 관련된 입법안을 이끌어내거나, 관련 주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사회적 책무성에 있어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되었다. 단순 사건 보도나문제 고발에만 그치지 않고, 연속 기획 보도를 통해 공론의 장을 열고 문제를 다면적으로 진단하는 노력을 보여주었고, 보도 내용을 제시하는 방식에서도 인터랙티브 양식이나 시각화 방식에서의 혁신 등 참신성을 보여주었다.

뛰어난 작품들이 출품되어 아쉽게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않은 작품들도 다수였다. 보다 많은 작품상을 수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포항 MBC, KBS 부산방송총국, KBS 창원방송총국 등 다수의 지역 언론 보도에서 지역 현장의 문제를 성실하게 취재한 보도가 다수 출품된 점이 기록될 만하다. 아직도 한국사회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차별과 혐오 금지의 원칙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때, 성소수자 인권 보호와 여성, 환경, 평화 운동 등 다양한 인권 보호 활동을 해오신 고(故) 임보라 목사님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열망을 담아 특별상 수상자를 선정하였음을 밝힌다.

수상작 (제목 가나다순)

경향신문
5%의 한국
이주민과 공존에 대한 고민을 일상에서부터 법/제도적 차별 개선안에 이르기까지 꼼꼼하게 다루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주민 혐오 담론이 내세우는 근거 없는 무임승차론의 문제, 돌봄을 이주여성에게 떠맡기는 현실과 이주배경 청소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의 부재 등의 문제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짚어내고 있다. 한국 사회가 이주민과의 공존을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이를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하였다.

EBS – 다큐프라임
어린人권
지난 몇 년간 앰네스티 언론상 심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관심사가 변화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사 문제가 주를 이뤘던 때가 있었는가 하면 여성과 성소수자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아동인권을 다루는 작품들이 빛났다. 아동의 인권은 양육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아동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EBS 다큐프라임 – 아동인권 6부작 <어린人권>에서는 아동인권을 구체적인 사례와 인터뷰 등을 통해 분명하게 다뤘다. 부모 학대로 숨을 거두는 아이들 소식이 더이상 숨겨지지 않는 우리 사회가 보완해야 할 부분을 적시하고 심층적으로 다룬 것이 돋보였다.

뉴스앤조이
비하인드 스토리: 여성 안수 투쟁사
한국교회가 여성 안수를 논의하기 시작한 지는 90여 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교단이 여성 안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안수를 받아야 목사와 장로가 될 수 있고, 교회의 중요 현안을 논의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일을 맡을 수 있지만 말이다. 본 기사는 다양한 인터뷰와 역사적 자료를 통해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신앙의 깊이에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사 결정 구조에서 배제한 구조적·제도적 성차별의 모순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것이 돋보였다.

한겨레
살아남은 김용균들
‘노동’이 소외된 한국 사회에서 노동권을 존중하는 언론 보도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는 이 때, <살아남은 김용균들>은 산재로 고통받는 청년들과 그 가족의 삶과 목소리를 전면화하고 있다. 개인의 삶이 우리 사회 노동환경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적 한계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인포그래픽과 인터랙티브 저널리즘을 활용해 공론화한 점이 돋보였다.

한국일보
우리 ‘안과 밖’의 발달ㆍ정신 장애인을 만나다
발달·정신 장애인이 치료감호소에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시설과 병원에서조차 외면 받는 사각지대의 문제를 발로 뛴 현장 취재와 깊이 있는 분석으로 고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의 절반에 그치는 정부의 정신건강예산으로 인해 가족이 돌봄을 떠안는 현실도 인터뷰로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보도 이후 정부가 ‘최중증 발달장애 24시간 돌봄 추진’ 정책을 발표하는 등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중앙일보
징벌인가 공정인가: 대체복무리포트
종교 혹은 다른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사람들이 교정시설에서 3년동안 복무하도록 명시한 한국의 대체복무제도가 2020년 10월 시작되었다. 대체복무제 도입 과정부터 지적되어온 ‘징벌적 성격’과 ‘단일 복무지’ 등 다양한 문제를 현 복무중인 당사자를 비롯한 정부관계자,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 깊이 있는 조사를 통해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나아가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편견을 팩트 체크를 통해 타파하고,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현 제도의 개선점까지 제안하는 등 병역거부에 대한 인식개선에 기여하였다.

시사IN
화물차를 쉬게 하라
22년 상반기 고속도로 사고 사망률 64.8%가 화물차 사고라는 본 기사의 통계는 ‘졸음이 곧 죽음’이라는 한국 화물운송의 단면을 보여준다. <시사IN> 의 “화물차를 쉬게 하라”는 현재 화물 기사들이 겪고 있는 상상 초월의 운전시간, 저운송비, 화주와 운수사의 착취구조, 무사안일한 행정, 외국 사례, 자영업자와 임노동자라는 이중 신분에 대한 기사들의 고민 등을 생생하고 실증적으로 취재하고 각종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독자들의 공감과 공분을 산 탁월한 기사다. 마지막으로 4천원 내외의 싼 택배비로 1~2일 만에 배송 받는 화물소비자들도 이 착취구조의 주요한 책임 주체임을 제기하면 사회적 고민을 함께 할 것을 제기한 점이 돋보였다.

KBS
GPS와 리어카
KBS대구의 기자들은 폐지 수집을 벌이로 삼는 가난한 노인들의 리어카에 위치 추적 GPS를 달았다. 노인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위험에 노출돼 폐지를 줍는지 추적했고, 고된 노동의 대가가 최저임금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걸 알렸다. 아울러 폐지 줍는 노인의 수가 전국에 얼마나 되는지, 또 이 노동의 사회적 경제적 가치는 어느 정도인지 산출했다. 이 보도는 정부에서 최초로 관련 보고서가 나오고, 국회에서 빈곤 노인 문제에 관해 입법 논의가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특별상
故 임보라 목사
© 박김형준
차별과 편견, 폭력에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서 함께 했던 임보라 목사가 지난 2월 향년 55세로 별세했다. 그가 담임했던 섬돌향린교회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이 쉼을 얻고, 다시 회복하는 공간이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 목회자였다. 15년이상 계속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제정 운동의 든든한 조력자였으며 여성인권, 평화운동, 동물권 등 활동 영역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고인의 활동으로 힘과 용기를 얻었던 많은 이들이 한국사회의 소수자와 동행했던 그의 행보를 잊지 않고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국제앰네스티 언론상의 특별상으로 고인의 노고를 기리고자 한다.
아쉽게도 수상작에 오르지 못했지만 출품작 모두 한국사회의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한 수작으로 평가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인권 향상을 위해 좋은 콘텐츠를 제작해주신 언론인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2023. 3. 23
심사위원장 김수아
중국은 북한 주민에 대한 강제북송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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